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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커피를 마시는 것은 습관이다. 개운하지 못한 내 뇌를 속이는 습관. 최근에 원두 3종류를 새로 샀다. 서비스로 함께 보내준 원두까지 4종류. 양도 꽤 많다.
사흘 연휴 동안 꾸준히 쉬어도 편두통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증상인 모양이다. 일주일에 네 번 이상 나가서 꾸준히 걷고, 복잡한 생각 하지 않고, 일찍 잠들기 위해 노력하는데 한 가지 실천해야 할 것 중에 걸리는 것이 카페인 섭취를 줄이는 거다.
커피를 아주 끊기엔 새로 산 원두가 마음에 걸린다. 한동안은 원두 갈아서 커피 내려서 마시는 것 자체를 할 여유가 없는 이상한 상태여서 캡슐커피만 주문해서 계속 캡슐커피만 마셨다. 이젠 그 기름기 그득한 크레마에 질려서 드립 커피만 마시고 싶다. 한동안 아침 일찍 일어나서 커피를 내려야 할 모양이다.
아침에 드립 커피 한두 잔 정도 내려서 텀블러에 담아 가서 마시고 원두가 소진되면 커피를 끊어야겠다. 얼마나 잘 지킬지 모르겠다. 이 상태를 악화시키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내가 유일하게 중독된 커피를 끊거나 줄이는 거다. 그 대가로 상태가 호전된다는 보장만 있다면 못 할 이유는 없지.
진통제 한 알을 먹었다. 약효가 날 때까지 기분 좋은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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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놓은 참타리 버섯을 살짝 데쳐서 찧은 마늘과 다진 파를 듬뿍 넣고 살짝 볶아서 달걀 3개 깨서 볶음 팬에 그대로 스크램블로 만들어서 한 접시 음식으로 아침을 먹었다. 이제 버섯볶음 따로, 스크램블드에그 따로 만들어서 두 접시 놓는 것보다 간단하게 한 접시로 해치울 수 있는 방향으로 요리한다.
지난번엔 참타리 버섯을 데치지 않고, 양파를 좀 넣고 볶았더니 수분이 생겨서 질척하고 식감도 조금 별로였다. 귀찮아도 살짝 데쳐서 볶은 것이 깔끔한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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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거둘 쓰레기가 생기는 게 싫어서라도 배달 음식을 끊어야겠다. 아프지 않다가 생각지도 못한 통증에 시달리게 되니 이제야 내 삶을 잠시 돌아보게 된다. 잘못된 습관 고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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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임 근무하는 곳의 일정이 맞지 않아서 방학은 단 5일.
성산포 그 집에서 물회를 두 번은 먹어야겠고, 딸이 맛보지 못한 성게 국수도 같이 먹어야겠다. 그것만으로도 5일은 다 지나가겠지. 꼭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사소한 일을 그려본다. 그리고 기회 닿으면 그대로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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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이 울려서 깜짝 놀랐다. 잊고 있었다. 오늘 왜 출근하지 않았는지.
삶이 이어지도록, 지옥이 잠시 지옥이 아니게 하는데 애쓰다가 목숨까지 바치게 된 분들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이후에 누구도 그런 희생을 감수하지 않을까?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나와 하등의 관계가 없는 분들이 기꺼이 나서주신 덕분에 현재의 내 삶의 기반이 생겼다고 믿는다.
차마 나는 할 수 없는 선택을 하신 분들의 희생에 감사하며...... 하루라도 이런 순간이 없었다면 잊고 지나갈 하루. 그분들의 가족과 후손이 모두 오래 안녕하시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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