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종일 방 안에서 뒹굴뒹굴하다가 해지고 나서야 산책하러 잠시 나갔더니 달이 떴다. 배도 살살 아프고 걷기 싫어서 그 공원 편백숲 나무 해먹에 누워있었다.
몸은 새소리에 젖어 숲에 흩어지고 숲과 한 몸 되어 어둠 속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마침내 새소리가 잦아들고 숲이 더 어두워질 즈음에야 다시 걸을 기운이 생겼다. 천천히 저수지 둘레길을 돌아서 내 전용 흔들의자에서 까딱까딱 한참 앉아서 그네를 타다가 돌아왔다.
*
오늘은 보던 드라마에서 나온 관심 있는 단어를 되새김질하며 종일 누웠다 앉기를 반복했다. 늘어지게 게으름 부리고 쫓기지 않는 시간을 이틀 보내고 나서야 어쩐지 긴장이 풀린다. 일주일 단위로 반복되는 긴장감이 어깨를 무겁게 해서 목덜미에 근육이 뭉치고 신경이 눌려서 편두통과 근육통, 신경통 등등이 생기는 것 같다.
한참 빈둥거리고 핸드 마사지기로 목덜미를 두어 번 풀어주니 통증은 한결 덜하다. 쉴 만큼 쉬었는데 마음은 조금 지친다. 주중에 바쁜 일은 부지런히 해치우고 주말엔 어디든 좀 돌아다녀야겠다. 하필 기름값이 이렇게 올랐을 때 차를 사서 기름값 걱정되고, 운전 미숙으로 새 차에 무슨 짓을 하게 될지 조금 걱정스럽다.
기대 반 걱정 반, 자동차 보험은 제주도 친구가 알려준 보험사에 다이렉트로 가입했고, 어제 밤늦게 운전자 보험도 찾아서 링크를 보내줬다. 그 흔한 초등학교 동창 남자 사람 친구도 한 명 없는 나에게 아무나 소개해줄 테니 도움 좀 받으라고 잔소리한다. 내 성격에 목적을 두고 그런 짓은 못한다고 딱 잘라서 거절했더니 혀를 차면서 밤늦게 생각이 났는지 운전자 보험도 들어보라고 링크를 보냈다.
마음 기댈 곳 없는 내게 부담스럽지 않게 항상 길을 터주는 그 친구가 참 고맙다.
*
오늘은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를 몇 편 봤다. 너무 뻔한 번지르한 이야기가 아니어서 좋다. 사람 사는 게 어찌 좋은 일, 번지르한 일, 꽃길 타령이나 하는 삶일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