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3월에 이곳에서 딸내미가 돌 던지기 하다가 몽돌을 내 뒤통수에 퍽 소리 나게 명중시켜서 119 부를 뻔했다.
그 이후에 여기 함께 온 기억이 없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니까 화를 낼 수도 없었다. 그때 너무 아파서 엉엉 울었다. 병원에 가봐도 별도리가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지나쳤지만 남이 그랬으면 큰 사달이 났을 사건이었다.
조금 걸으려니 배가 살살 아프다. 우리나라는 이런 곳에 화장실을 잘 갖춰둬서 사용할 때마다 늘 고마운 생각이 든다. 장애인용 화장실까지 잘 갖춘 곳에는 내가 나이 들어서 다리에 힘 빠져서 딸내미 부축받거나 휠체어를 타고라도 이런 곳에 바람 쐬러 올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긴다.
어디서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교통편이나 이동할 여건이 되는 사람에 한해서나 가능한 일이겠지만 공중화장실이 없다면 어디든 나서면 화장실을 쓰기 위해서 꼭 어떤 가게든 들어가서 물건을 사거나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번거로움 때문에 함부로 나설 수도 없을 거다.
내가 먹을 것이라도 줄까 하는 기대를 하는지 나에게 바짝 다가온다.
하품하는데 사진 찍어서 미안해~
미안해. 먹을 것 다음엔 꼭 쳥겨줄게.
나도 오래오래 푸근하고 넉넉하고 편안한 그늘이 되고 싶다.
얼마나 여기 오고 싶었던가......
통영에선 여기까지 오는 길이 사뭇 멀기도 하고 친구 차를 한 번 얻어 타고 오기가 쉽지 않아서 자주 그리워하던 곳이다. 오늘은 이 숲에서 30분 이내의 거리에 내가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물을 보며 숲길을 걷는 게 왜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지만 물을 보며 걸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계곡도 좋고, 호수도 좋고, 강도 좋고, 바다도 좋다. 숲과 함께 있는 곳이라면.
내 인생은 이제 막 새롭게 시작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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