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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누군가 긴장된 순간에 그랬다.
"아.... 엄마 보고 싶다......"
긴장되고 극적인 순간에 외치는 한마디, 보고 싶은 사람, 안정감을 주는 원천 같은 대상이 엄마다. 많은 사람에게 그렇다.
나에게는 그런 대상이 없다. 아무도 떠오르지 않는다. 떠올릴 대상이 없다. 사람 인이라는 한자가 서로 기대어 사는 인간의 삶을 형상화한 것이고 결코 인간은 혼자 살 수는 없는 존재다. 늘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아남고, 얽혀서 살고는 있지만 편안하게 이 무거운 머리를 기대고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쉴 수 있게 해주는 대상이 없다.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가끔 아무 이유 없이 울음을 터뜨리고 싶을 때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 결국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하지만, 잠시 머리를 기댈 곳 없이 이렇게 사는 것은 무겁고 서글픈 일이다. 덕분에 한없이 가벼운 삶을 살고 있지만 끝없이 뚫린 듯한 우물을 들여다보는 기분이다.
엄마도 친구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끌어낼 친밀한 대상도 없다. 다만 내가 딸에게 그런 대상이 되어주려고 부단히 애쓰는 것 외에 나는 아무도, 아무것도 아니다. 누구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지 못하는 이런 삶은 굴러가지 않는 자전거를 허공에서 돌리고 있는 기분이랄까.
일순간 급격하게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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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여기저기 쏘다니는 것은 그간 갇혀있거나 버스 타고 겨우 움직이며 채우지 못한 부분, 갈망이 엉킨 부분을 풀어내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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