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형태로든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아무 계획도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딸과 짧은 여행을 가는 길에 납골묘 이야기를 했다.
딸 : "왜 유골함을 꼭 그런 곳에 둬야 하지?"
나 : "그러게 말이야..... 이상해....."
다 태워서 갈아버린 뼛가루를 꼭 그런 곳에 모셔야 할 이유가 있는지 딸이 내게 물었다. 그 뼛가루 모신 통을 만나러 일부러 공원묘에 가야 하느냐고.
딸이 집에 방 한 칸 따로 마련해서 추모 공간을 꾸미고 내 유골함을 그 방에 두고 내가 보고 싶거나 할 말 있으면 그 방에 가서 내 생각을 하겠다고 말했다. 딸이 언제 그런 생각까지 해봤구나 싶어서 감정이 왈칵 올라왔다. 그런 기간이 줄어들도록 나는 되도록 건강하게 오래 살 계획이다.
내가 108살까지 산다면 딸은 78살이 될 것이고, 그땐 삶에 분분하게 오가는 인연에 대해 각오는 되고도 남을 나이니까 조금 덜 힘들까. 오래 살고 싶은 이유는 그 외엔 없다. 딸이 나의 부재를 오래 견디며 그리워할 날을 줄여주고 싶다. 건강하게 오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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