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10일 추석
이번엔 동쪽 입구에 주차하고 동문으로 들어갔다. 전날엔 햇볕이 좋았는데 10일엔 날이 흐렸다. 덕분에 한낮에도 슬슬 걷기엔 좋았다.
세계 각국의 정원을 특색있게 꾸며놓은 곳이 동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그곳부터 둘러봤다.
코코스야자는 줄기가 독특하다.
곳곳에 쉼터가 있어서 걷다가 지치면 잠시 누워서 쉴 수도 있어서 좋다.
줄기가 꼬불꼬불 휘었고, 줄기가 아래로 늘어진 능수매화 나무
난 딸과 같은 나이에 찍은 사진이라고는 증명 사진 뿐이다. 사진 찍히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사진이 거의 없다.
그래서 나이 들어서 지난 시간의 흔적이 기억 뿐인 것이 조금 아쉬워서 일부러 사진을 찍어서 남긴다.
이런 곳은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수증기를 내뿜는 정원이 있어서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다. 여기 들어갔다 와서 아침에 정성스럽게 돌돌 말아서 예쁘게 한 내 머리카락이 엉망이 됐다. 추석 기념 사진 찍으려고 신경 쓰고 나왔는데......
이 나무는 이름이 '먼나무'
딸이 같이 사진을 찍지는 않으려고 피하고, 제 사진만 열심히 찍어달란다. 멕시코 정원에서 딸이 휴대전화 보는 동안 몰래 딸이 배경에 있는 셀카를 한 장 찍었다.
그냥 기본 카메라는 실물보다 잔인하게 자세히 보이고 맨눈으로는 볼 수 없는 미래 시점의 늙어보이는 얼굴을 찍어낸다. 실물보다 못하다. 거기에 살짝 셀카앱의 기술을 섞으면 실물과 다른 묘한 얼굴을 만들어서 보여준다. 딸 사진은 기본 카메라로 찍었고, 내 얼굴이 나온 사진은 셀카앱으로 찍은 거다.
천일홍 색이 하도 고와서 한 입 똑 따서 먹고 싶다. 먹을 수 있는 건 아닌데 싱싱하고 생기가 넘치는 식물을 보면 이상하게 그런 느낌이 든다. 아주 맛나보인다. 식욕 돋는 것과는 조금 다른 차원의 표현이다.
다음에 우리가 함께 살 집을 짓게 된다면 정원에 이런 차양과 평상도 하나 놓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런 날이 오지 않아도 좋다. 그러면 또 어떠하리.
다리도 좀 쉬고 카페인 충전도 좀 해야 할 때여서 잠시 시원한 곳을 찾았다. 우리가 가래떡을 주문하니까 점원이 별로 인기 없는 메뉴여서 준비하면서 머쓱해했다.
그런데 우리 모녀가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뒤에 들어와서 우리 양 옆에 앉은 가족들 모두 같은 메뉴를 주문했다.
그늘에서 쉬고 숨 돌린 뒤에 셀카 한 장 찍었다. 나중엔 이런 모습이라도 한 장 남겨놓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될까 봐. 내 얼굴은 딸의 표현에 따르면 좀 부담스럽게 생겼다. 인상이 강하다.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겠지만.
정원과 평상의 조합이 눈에 자꾸 들어온다. 나중에 내가 집을 사거나 지으면 마당에 이런 평상 하나 놓을지도 모른다.
그늘막 하나 쳐서 손녀나 손자 책 읽게 하고, 그림도 같이 그리고 놀아주는 그림을 그려보면 어울린다.
이 다리는 '꿈의 다리'
건너서 동문과 서문을 오갈 수 있다.
전날엔 그냥 보고 갔는데 10일엔 4시 반에 들렀더니 마침 먹이를 주는 시간이다. 물범 한 마리는 선천적으로 앞을 볼 수 없어서 수염으로 거리를 감지하고 앞에 주는 먹이만 받아 먹었다. 다른 물범은 바로 한 마리 받아 먹고, 멀리 던져주면 헤엄쳐서 생선을 먹고 온다.
친절하게 물범과 물개의 차이점과 습성 등을 알려줘서 꽤 유익했다.
오후 5시 무렵엔 좀 지치고 눈도 침침해져서 편백나무 아래에 있는 의자에 누워서 잠시 쉬었다. 같이 움직이고 운전도 내가 하는데 나보다 더 힘들어하는 딸이 오히려 걱정된다.
저 향나무 사이 공간에 들어가서 단 5분이라도 나무 속에 있어보고 싶었다. 딸이 신을 편한 것 신지 않아서 만 걸음 가량 걷고 힘든 모양인지 티가 난다. 그래서 사진 속에 내 소망을 담아왔다. 다음에 가면 저 나무 속에 들어가서 오도카니 앉아있다가 오면 좋겠다. 어쩐지 그런 게 해보고 싶었다.
내 머리카락이 길어서 곧 라푼젤이 될 것 같다. 딸이 내 뒷모습을 예쁘게 찍어줘서 한 장 건졌다. 앞모습은 부담스러워서 못 찍겠다고 하여서 추석이니까 셀카라도 찍어서 남긴다. 해마다 추석엔 꼭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같이 사진 한 장 찍지 않고 제 사진만 왕창 찍었다. 뒤늦게 딸이 또 사춘기인가?
우리 사진이 있어서 여행 카테고리가 아니라 일상 카테고리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