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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2>

9월 13일

by 자 작 나 무 2022. 9. 13.

유난히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화요일인데 월요일 일정으로 대체한 일과를 소화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나흘 연휴의 여파는 도드라지게 눈에 띄었고, 그걸 이제 당연한 듯이 바라보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모양이다.

 

퇴근 후 일정을 잡다가 변수가 생겼다. 둘이 저녁 먹고 산책하기로 했는데 셋이 길을 나서게 됐다.

나에게 내민 손은 잡아줘야겠다고 생각해서 힘껏 끌어당겼다. 그 상태에서 금세 좋아질 리 만무하지만 너무 짙은 어둠을 내가 무슨 수로 거둔단 말인가. 오늘은 나를 찾는 사람이 이상하게 많은 날이었다. 갑자기 날 받아서 인기 폭발~ 그중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냈다.

 

다시 일어설 의지가 없는 사람을 내 힘으로 일으켜 세울 수는 없다. 의지라도 있어야 부축하는 사람에게 기대기라도 하지. 그분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뒷자리에 앉아서 둘이서 애써도 끝내 그래 봐야 무슨 소용 있냐는 말만 반복했다.

 

 

우울증으로 자살한 지인의 언니 이야기를 듣고 나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냥 잠시 기분 나쁜 것이나 우울한 것과는 결이 다른 상황이다. 혼자 힘으로는 빠져나오기 어려운 늪이다.

 

우리가 먼저 약속한 오후 일정에 함께 하자고 나선 그분도 우울증 증세가 심한 것 같았다. 같이 밥 먹고 그 길을 걷다 보면 잠시나마 조금 나아지실까 생각했다. 그렇게 단번에 좋아질 리 없겠지만 그랬으면 하고 바랐다.

 

탑돌이 하면서 함께 온 두 분의 안위를 빌었다. 한 분은 꼭 내년엔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게 이곳을 떠날 수 있게 되기를 빌었고, 한 분은 지금의 짙은 우울감을 떨치고 나올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멀리 있어서 얼굴 한 번 보기 힘든 지인의 건강을 비는 기도를 했다.

 

자신을 위해 할 기도는 없다. 내 주변에 누구든 다가오는 인연의 평안과 행복을 바란다. 오늘 밤 잠들기 전에 한 번 더 기도해야겠다. 

 

*

아무런 위로도 해줄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오늘 함께 나섰던 그분처럼 끝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단정 지어 결론부터 내놓고 틈을 열지 않은 마음은 모든 길이 막혀있다. 스스로 뚫고 나올 때까지 밖에선 길을 뚫어주기 어렵다. 내 능력 밖이다.

 

뿐만 아니라, 조심스럽게 조금 나은 소식이 올까 하여 기다리던 곳에서 혹시나 하던 소식이 왔다. 이 또한 내 능력 밖의 일이다. 이 시간과 공간의 벽은 넘어가야겠다. 

 

오늘 굉장히 다양한 통로와 다양한 사람의 연락을 연이어 받았다. 손 닿는 인연을 따라가겠다.

 

 

*

10월 연휴에 부산 국제 영화제에 참여하러 오겠다는 지인이 무더기로 나를 찾는다. 꼭 한 번 보자고 벼르는 분이 여럿이다. 모델급의 미모와 거의 작가 수준의 글솜씨와 사진 실력을 가진 두 여인은 몇 해 동안 온라인으로만 소통해서 목소리도 한 번 들어본 적이 없다. 올가을에 드디어 내가 먼길 나서지 않고도 만나게 되겠다. 과연 상상한 목소리와 비슷할지 궁금하다. 

 

그동안 카페 게시판에 올린 사기 사진의 전말이 곧 들통나겠군.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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