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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2>

어떤 산책

by 자 작 나 무 2022. 9. 14.

9월 14일

어제 내게 손을 내밀었던 분이 오늘도 내게 손을 내밀었다.

"오늘은 어디 가서 놀 거예요?"

바로 퇴근하고 집에 갈 예정이었지만 얼른 산책할 장소를 알려드렸다.

 

긴 세월을 한 번에 뛰어넘는 이야기가 오갔다.

사람 사는 이야기는 그냥 겉으로만 봐서는 알 수 없다.

다 자기 몫의 삶의 어려움과 고통이 있는 거다.

 

 

긴 대화 끝에 그분의 저녁 약속 자리에 끼어서 저녁도 먹고 들어왔다.

사는 게 너무 의미 없다고 말씀하시던 뜻이 뭔지 알았다. 견디는 동안은 힘든 줄 몰랐던 일이 객관적인 자리에서 보면 기절초풍할 것 같은 일이 되기도 한다.

 

내가 여유 없으니 사람을 만나거나 말을 들어주는 것도 함부로 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누구든 만나지 않으려고 애쓰는데 직장에서 알게 된 분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아이 넷을 낳으셨다고 해서 알콩달콩 오손도손 잘 사는 분이신가 했다. 내 역량은 내 삶을 잘 살아내는 것 이상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타인의 삶은 어쩌다 듣게 되어도 바로 잊는다.

 

내 일도 이야기하다 보니 사무치는 부분이 없는지 그냥 가볍게 흘렀다.

 

아침에 모닝콜을 끄고 잠들었다가 지각할 뻔했다. 오늘은 꽤 걸었으니 잠도 잘 오겠다. 내게 사무치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낮에 생각해냈다. 

 

사랑받지 못한 것. 온전히 사랑받고 그 사랑이 어떤 것인지 따뜻하게 오래 느끼며 관계를 이어가지 못한 것. 부모에게서 받는 사랑도 온기를 느낄만한 기억이 없다. 사랑받고 싶은 상대에게 사랑받고, 나도 흠뻑 사랑해주며 살아보지 못한 것이 내 인생에서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럴 대상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인연이 없어서, 사랑이 없어서, 이렇게 어쩌지도 못하면서 갈증을 느끼고 두리번거리는 거다. 사랑하지도 사랑받지도 못하는...... 나는 이번 생엔 아직 인연이 없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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