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재작년 서울 모임에 가서 만났던 사람 중에 그 모임에서 반복해서 만난 두 사람이 최근에 잘 있느냐고 안부를 물었다. 내 삶의 흔적을 간혹 남기던 카페 게시판에 한동안 점 하나 찍지 않고 읽기만 했더니 내가 어디 아프지는 않은지, 별일 없는지 정말 궁금해하는 사람은 그 두 사람뿐이었던 모양이다. 안부가 궁금해도 연락을 따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두 사람뿐이었거나.
내가 마음에 두고 안부를 챙기는 사람도 그 두 사람이기도 한데 안부 인사를 먼저 받고 인사를 살갑게 하지 않고 대충 답만 보내서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그 시점에는 살짝 우울증 상태여서 감정에 이유 없는 심통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때여서 누구와 어떤 말도 하기 싫었다.
연휴 지날 무렵에 그런 이야기까지 전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내가 그렇게 앞뒤 없이 단답형으로 말을 툭 던져놓고 서로 감정을 주고받은 사람에게 성의 없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대답을 시원찮게 한 것 같다.
그 두 사람은 오래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상대의 의중은 오래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으니 내가 넘치지 않게 거리를 두려고 한 모양이다. 처음엔 이성을 만날 목적으로 가입해서 활동했는데 그곳에서 괜찮은 이성을 만날 확률은 남쪽에 사는 내게는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그나마 게시판에 잡다한 글 많이 쓰고, 열심히 움직여서 서로 먼 곳에 살아도 나에 대해 진심으로 신경 써주는 이라도 생기면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그런데 온라인으로만 활동하던 곳은 게시판에 글 쓰는 것을 끊으니 따로 연락하지 않고는 그렇게 오랜 세월 긴 댓글로 소통하던 사람들과 다 아무 관계없는 사람이 된다.
온라인 친구의 속성은 그런 줄 잘 알아서 그들 중에 관계를 이어갈 사람은 직접 만나야 한다고 생각해서 몇 번은 모임에 나가서 만났던 사람을 갈 때마다 반복해서 만났다.
덕분에 그 카페에서 내 안부를 챙기는 사람 셋이 생겼다. 오늘은 딸내미 보내고 제주도 친구에게도 전화하고, 서울 사는 두 친구에게도 전화해야겠다. 문자로 대충 답을 보낸 게 영 마음에 걸린다.
친구 생일도 챙기던 시절이 있었는데 나는 그들과 항상 거리를 두고 그 이상의 선은 넘지 않으려고 늘 경계하고 살았던 것 같다. 사람은 오래 두고 보아야 한다. 처음에 엎어질 듯 내게 다가오던 사람은 그 감정이 가라앉으면 변하기 마련이고, 제 생활이 바쁘면 나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누구나 그러하니 나도 그렇게 맞춰서 살기로 했다.
나도 그 점에서 내가 오래 지니고 있던 성향과 다른 사람이 된 거다. 변하지 않아서 힘들다고 울었던 시간이 있었다. 이제 변했는데 이게 과연 자연스러운 변화인지...... 앞으로 이렇게 사는 게 내게 더 편하고 좋은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겠다.
겨울방학만 기다린다. 다시 통영으로 이사하고 이곳 떠돌이 생활이 끝나면 나를 친구로 생각하고 마음을 주는 분들을 만나러 그곳에 가야겠다.
*
통영에 사는 친구에게 먼저 전화했다. 그 친구는 코로나 걸렸을 때 집에 격리되었고, 경과가 어떻다는 이야기를 내게 전했는데 나는 아플 때 전화하지 않았다. 삼천포로 이사하게 되었다고 연락하고 이사하기 전에 얼굴 한 번 본 뒤로 교통편이 불편해서 통영에 몇 번 가도 오가기 바빠서 만나지 않고 그냥 왔다.
어제 통화하고 끊은 것처럼, 어제 만나고 헤어진 것처럼 내 전화를 반갑게 받아준다. 안부를 묻고 금세 만날 약속을 잡았다. 그동안 만나고 싶어도 그 집 차 한 대로 우리 집 식구 둘이 함께 만나면 차로 어딘가 이동하기 불편해서 그 집 딸들이 늘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차 샀다고 알렸더니 친구가 내 일처럼 좋아해 준다.
누워서 못 들은 척하며 계속 자던 딸이 그 집에 놀러 간다니까 일어나서 씻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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