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
지난주 금요일 이후 일주일이 지났다. 주말 내내 불안감에 짓눌려서 딸을 붙들고 시간을 보냈고, 월요일 마감이었던 일은 화요일에 끝냈다. 어쨌든 일에 쫓기고, 그다음 일에 또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일주일이 지났다.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견뎠을까 싶다. 오늘 혼자 이 원룸에서 심장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핑 도는 곤혹스러운 상태에 시달렸다. 기분전환을 위해서 이런저런 다양한 노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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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모둠 활동할 때 찍은 짧은 동영상 하나를 여기에 저장한다. 나중에 이 동네에서 겪은 일이 떠오를 때 여기서 만난 이 아이들도 기억하기를 바라면서.
요즘은 얘들과 농담도 잘하고 학습 분위기 조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특이하고 예쁜 문구를 사다가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는 학생에게 칭찬의 의미로 주기도 한다. 내가 고른 볼펜과 공책을 하나 받고 싶어서 수업태도를 전격적으로 바꾼 학생이 있을 정도다. 여학생보다 남학생들이 그 문구를 더 좋아한다.
오늘은 수업 시작했는데 노래를 부르는 학생이 있어서 앉아서 부르지 말고 앞에 나와서 불러보라고 했다. 그 녀석은 가만히 있고, 다른 학생이 앞에 나와서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해서 한 곡 부르게 했더니 분위기가 꽤 괜찮았다. 갑자기 벌어진 일이었는데 분위기가 괜찮아 보여서 중간에 동영상을 찍었다.
이 영상은 며칠 전에 동의를 받고 찍은 것인데, 요즘 애들은 카메라에 대한 부담을 별로 느끼지 않는 편이다. 짧게라도 종종 영상을 찍어서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줄 생각이다. 다리를 책상에 얹거나 쩍 벌리고 앉았거나 제멋대로인 모습을 자신은 모르고 있다가 영상으로 보게 되면 어쩌면 잔소리보다 효과적일 수도 있다.
그런 모습이 찍힌 동영상을 그 반 단톡방에 보냈다.
휴대폰 저장용량이 꽤 큰 편이어서 마음껏 뭐든지 찍을 수 있어서 좋다. 망설이지 않고 최고 사양으로 선택한 것은 참 잘한 것 같다. 딸이 수업 시간에 쓰겠다고 아이패드를 사달라고 했는데 얼마 전에 듣고도 노트북 사줬지 않냐고 말을 끊었다. 그런데 이번에 모둠 학습하면서 여학생 반에서 필기용으로 90% 이상이 태블릿을 쓰는 게 아닌가.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상당히 유용하게 쓰겠다. 나도 그런 건 몹시 탐나지만 요즘은 월세를 두 곳에서 내고 있고, 차량 할부금에 대출금까지 갚아내느라고 다른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 모든 상황이 어쩌면 쉽게 정리될 수도 있고, 어쩌면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길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걱정을 2% 정도는 해야 할 것 같다.
생각지도 못한 일을 당하면 얼마나 적응하기 힘든지 생각하면 생각을 한 번쯤 해 본 일은 그만큼 덜 힘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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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친구가 안부 전화를 하면서 경찰서에 가서 조사는 받았느냐, 접근 금지 명령 신청은 했느냐..... 등등 내가 현실적으로 해야 할 일을 조목조목 알려줬다. 생각하지 않다가 생각만 해도 그대로 토할 것 같고 심장이 울렁거려서 다음에 하겠다고 말하고 미뤘다. 이상하게 생각만 했는데도 전신이 아프다.
이 트라우마가 한동안은 나를 좀 괴롭힐 모양이다. 먹으면 졸리는 감기약이라도 먹고 잠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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