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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2>

9월 22일 사진

by 자 작 나 무 2022. 9. 22.

 

S: "점심 먹고, 학교 뒤에 걷는 중.... 샘 없어서 외롭다......"

나: "혼자 밥 먹고, 갈 데 없어서..... 같은 신세.....ㅋ"

S: "아, 진짜 거기 3일 가는 건 너무해요."

점심때 이렇게 시작한 문자가 줄줄이 이어졌다. 퇴근하고 함께 바람 쐬러 갈 곳으로

남해 바람흔적 미술관 → 하동 송림 → 극장 → 섬진강 → 함양 상림까지 네 곳으로 차례로 변했다.

 

막상 퇴근한 뒤엔 지쳐서 먼 곳엔 갈 수 없었다.

출근하는 곳이 두 곳인데 오늘 출근한 곳은 말 섞던 동료가 8월 말에 그만둬서 말 한마디 편하게 섞을 사람이 없어서 좀 분위기 이상한데 나를 저렇게 애타게(?) 찾는 사람이 있으니 좋다. 서로 좋아야 좋은 거다. 성이 같은 동료끼리도 만나면 불편한 사람도 있고, 매번 만나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평소에 대충 넘기기 일쑤인데 과하게 저녁을 먹었다. 혼자 있으면 저렇게 밥먹기 어렵다.

 

식당 주차장에 서서 하늘을 보니 구름만 봐도 좋다. 혼자였으면 제대로 먹지도 않았을 밥을 먹고 산책하러 가는 게 괜히 좋아서 뭐든 좋아 보인다.

 

줄 게 없는데 고양이가 자꾸 나를 따라와서 괜히 미안하다. 

 

 

상족암 공원에서 바닷가를 따라서 걷다가 구름 사진을 많이 찍었다. 바람도 적당하고 물 드는 소리도 좋다.

이렇게 마른 사람이 '살과의 전쟁'을 하겠다고 말한다. 그럼 나는 돼지다....ㅋ

여기 앉아서 밥 친구가 처음으로 내 일기를 몇 편 읽었다. 궁금하다는데 일부러 안 보여주면 더 이상할 것 같아서 비공개로 해 놓은 카테고리도 보여줬다. 딸내미 성장기 카테고리, 여행 카테고리 등을 뒤적여보더니 올해부터는 자기도 매일 쓰지는 못해도 블로그에 기록을 남기겠다고 다짐한다.

 

너무나 평범하게 우리가 주고받은 대화가 간략하게 기록된 것을 보고는 신기해한다. 며칠에 자기가 아팠는지 그때에 같이 어디 가서 뭘 했는지 기록이 남은 게 나쁘진 않은 모양이다.  슬쩍 찍은 뒷모습 사진을 더러 블로그에 포스팅했어도 얼굴을 찍어 올리지 않았으니 말하지 않았다. 블로그에 올린 사진을 보더니 앞으론 뒷모습 모델을 자주 해주겠다고도 말했다. 

 

살쪘다고 살 뺀다는 사람의 뒷모습이 저렇게 앙상하다. 그럼 내가 얼마나 뚱뚱해 보일까? 아우~~~~

 

야영장을 지나면서 우리가 야영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어쩌다 한 번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앉을 수는 있겠지만 텐트를 이고 지고 가서 야영하고 차박하는 것에 그다지 뜻이 없다. 여행 가면 다음날 움직일 것을 생각해서 잠은 편하게 잘 자야 좋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 한해서 나는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 외의 사람은 거의 대화도 시선 맞추기도 뭐도 다 피하는 편이다. 직장에서 익숙해진 사람 중에도 부담없이 친해지는 사람은 쉽게 생기진 않는다. 작년에 만났던 사람 중에 따로 연락해서 밖에서 밥 한 번 먹은 사람이 없다.

 

올해 만난 밥 친구는 나와 근무하는 층이 달라서 자주 마주칠 일도 없고, 나이 차이도 상당히 많이 나는데 어쩌다 보니 자주 어울리게 된다. 인연이 있는 사람이다. 짧게 스치거나 길게 스치거나 한 번만 스쳐가지 않고 반복해서 만나게 되는 인연은 따로 있다.

 

 

 

파도소리 듣는 거 좋아해서 동영상 찍다가 우연히 녹음된 밥 친구 목소리. 내가 무려 13살이나 많은데 밥 친구가 저렇게 내게 말을 편하게 하는줄 몰랐다. 찍힌 영상에 녹음된 소리를 듣고서야 그런 줄 알았다. ㅎㅎㅎ

 

내 인상과 달리 난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기도 한 모양이다. 이렇게 타인을 통해 나를 발견한다. 다행이다. 내 인상 만큼 무겁고 딱딱한 사람은 아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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