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
이번 주 금요일은 평소와 달리 한 시간 늦게 퇴근했다. 유난히 일이 많아서 기운이 달리는데 보강까지 해야 했다. 피곤하면 요즘은 기침이 나서 뭐든 먹고 쉬어야 가라앉는다. 금요일엔 혼자 밥 먹기 싫기도 하고 피곤해서 음식 생각이 없기도 해서 애매하게 원룸에 들어가서 누웠는데 마침 딸이 베트남 음식이 먹고 싶다고 한다.
추석 연휴에 삼천포 중앙시장에서 처음 먹어 본 '반세오'라는 베트남 음식이 자꾸 생각난다기에 그 핑계로 딸을 만날 수 있었다. 저도 제 생활이 있으니 내가 보고 싶어 한다고 매번 만날 수는 없어서 내가 눈치를 보며 기회만 노린다.
딸이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베트남 음식을 먹었다. 삼천포 중앙시장에서 먹은 음식이 조금 나은 듯 하지만 딸이 움직이지 않고 내가 움직이는 게 편하니까 당분간 반세오가 먹고 싶을 땐 여기서 만나기로 했다.
금요일 저녁에 만나서 밥만 먹고 돌아왔다.
딸을 만나지 않으면 만나서 주말에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으니 밥이라도 같이 먹어야지 싶다. 같이 먹고 같이 자던 그때나 온전한 가족이지 떨어져서 지내니까 조금씩 멀어지는 것 같다. 그나마 매일 통화하고 서로 노력해서 아직은 우리 관계가 나쁘진 않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서로 조금 더 무심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