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26일
점심시간에 셋이서 중앙시장 베트남 음식점에 가서 반세오, 베트남쌈, 쌀국수를 주문해서 맛있게 먹었다. SK, BK 두 K 샘이랑 같은 시간이 비어서 셋이 같이 밖에서 점심을 먹게 됐다. 이곳에서 가장 나를 편하게 해주는 두 분과 시장통에서 밥 먹을 시간을 가진 게 내게는 뭔지 모르게 꽉 막힌 숨통이 트이게 한 시간이었다.
그냥 짧게 스친 점심 한 끼. 그래도 누구와 어디서 뭘 하느냐에 따라서 내게 미치는 영향의 크기는 가늠할 수 없다. 두 사람은 참 맑은 사람이다. 여기 와서 만난 사람 중에 내게 올해 가장 따뜻하고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내게 내준 시간, 내게 먼저 말 걸어준 사람, 내게 아주 맛있는 커피를 내려서 선뜻 내주는 사람, 내가 자리에 없어도 커피 내려서 내가 필요한 때에 마실 수 있게 책상 위에 올려놓아주는 고마운 사람, 혼자 밥 먹지 않게 저녁에 같이 놀아달라고 먼저 말해주는 사람.
두 사람이 때때로 내게 조금씩 내주는 마음이 이곳에서 두 학교를 오가며 정신없고 마음 둘 곳 없이 떠돌 수밖에 없는 외롭고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해주는 버팀목이 되어준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그간 쌓인 시간과 감정을 이 기회를 통해 기록해둔다. 나중에 언젠가 문득 떠오르는 날. 내가 이런 마음으로 이 두 분을 바라봤다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
내가 받은 것 이상으로 뭔가 돌려줄 수 있는 시간이 언젠가 오기를 바라며. 함께 밥 먹은 시간을 만드는 게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얼마나 귀한 시간이었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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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쫓기듯 지나는 일과 중에 마음에 점 하나 찍는 시간, 점. 심.
흐르는 섬 <2020~2024>/<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