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아침에 나보다 일찍 움직이는 차 뒤에 주차한 바람에 아침에 곤란할 수 있으니 미리 차를 옮겨달라는 문자를 받았다. 마침 제주에 사는 친구가 전화해서 통화하던 중이었다. 전화를 끊고 밖에 나가는 길에 쓰레기도 한 봉지 모아서 들고나갔다. 길 건너 쓰레기 모으는 곳에 종량제 봉투를 놓고 차 있는 쪽으로 가다가 살짝 미끄러졌다. 경사진 시멘트 바닥에 냅다 온몸으로 착지하면서 오른쪽 손바닥, 팔꿈치, 오른쪽 무릎까지 홀랑 밀려서 피가 철철 날 정도로 피부가 벗겨졌다.
쓰라리고 당황스럽고 아파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울고 싶을 지경이었지만, 일단 차를 빼놓고 집에 들어와서 통화하다만 제주도 친구에게 전화 걸어서 길에서 온몸으로 슬라이딩했다고 말했다.
그리곤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그간 이런저런 잡다한 일로 쌓인 감정을 씻어낼 길이 없었는데 핑곗거리가 적당했다. 큰소리로 엉엉 울면서 사는 게 왜 이 모양이냐고 투덜거렸다. 그냥 그렇게 한 번 소리 내서 엉엉 울고 싶었다. 잠시 울고 나니 금세 괜찮아졌다.
감정 처리를 못하니 때마침 다음 일주일이 시작되기 전에 감정 털어내기용 슬라이딩 참사(?)였다고 생각하고 상처 난 부위마다 열심히 약을 발랐다. 그때 친구가 내게 먼저 전화 걸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놓던 중이 아니었다면 나도 다시 전화 걸어서 내가 너무 바보 같아서 짜증 난다며 전화기에 대고 엉엉 울지는 못했을 거다. 고맙다. 전화해 줘서.
내일 아침에 깨면 전신에 엄청난 통증이 느껴질 것이고, 하루 종일 엉거주춤 걷게 될 것 같다. 미리 먹고 자면 덜 아플 약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잠시 앉았는데 느껴지는 허리, 골반, 허벅지, 등짝을 강타하는 통증이 다음 단계를 예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