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감정은 그 순간 이후엔 어떻게든 변한다. 말로 옮기기보다는 글로 쓰면 거짓말처럼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그저 그때 그런 감정이었구나 하는 정도로 밋밋해진다. 내가 기록하지 않은 여섯 달 동안 내 머릿속에서 기억하지 않아도 될 감정의 찌꺼기가 흘러갈 곳으로 흘러가지 못해서 생긴 불협화음이 현재의 상태에 이르게 한 주범은 아닐까.
몇십 년 동안 생각을 글로 기록하던 습관은 어떤 의미로든 내게 유용해서 이어진 것일 테다. 생각하고, 정리하고, 쓰고, 걷고, 본 것이나 생각한 것, 사진 등을 기록하는 것은 내게는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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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 계단 청소를 하러 오시는 아주머니들과 가끔 마주치는데, 오늘 일찍 집에 들어가는 길에 계단에서 마주쳤다.
전엔 우리 집 앞까지 따라와서 집안 구조가 어떤지 궁금하다면서 끝내 현관문 열고 안까지 들여다보고 가시더니 이번엔 이것저것 물어보시다가 끝에
"결혼은 했어?"
내가 그렇게 어려 보이나? 아니면 나이 든 미혼? 어쨌든 아주머니들 눈엔 내가 미혼으로 보이나 보다. 최근에 힘들어서 살 빠진 덕분인가? 아니면 내 촌스런 긴 생머리 때문에? 이 건물에서 18년째 살아도 아직 그렇게 서너 번 마주쳤다고 이것저것 묻는 사람은 처음 겪는다. 이 좁은 지역 사회에서도 거의 필요 이상의 타인과 섞이지 않고 살았다.
어쩐지 내가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의 과한 관심은 어색하고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