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퇴하고 일찍 퇴근했더니 주변에 주차할 공간이 없어서 좀 떨어진 곳에 주차하고 들어왔다. 비도 촐촐 내리는데 내일 아침에 거기까지 후다닥 뛰게 될 것 생각하니 귀찮아서 어두워진 뒤에 집 근처에 빈 곳을 찾아서 차를 옮겼다.
그렇게 잠시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무심코 현관에서 신을 벗다가 아직 가격표도 떼지 않은 하얀 구두 한 켤레를 발견했다. 작년 여름에 딸과 함께 아울렛에서 꽤 좋은 가격에 산 흰색 단화다. 곧 교생 실습 때문에, 집에 올 딸 생각이 나서 꺼내서 신어보고 가지런히 벗어놓았다. 한 번 더 신어 보니 내 발에도 꼭 맞다.
다른 친구들은 이제야 교생 실습 나갈 때 신을 새 구두 사느라 바쁘더라며 그때 그 구두를 사 놓길 잘했단 딸의 말이 떠올랐다. 언제 신을지 모르면서 마침 구두도 예쁘고 가격도 괜찮아서 샀는데 올봄에 잘 신겠다. 나도 모르게 어쩐지 울컥했다.
젤리 신발 유행할 때, 불빛 나오는 운동화 유행할 때 그래도 어떻게든 유행 따라 아이들 한 번은 신고 넘어가는 신발 사서 신겨서 어린 시절 섭섭하지 않게 키우려고 애쓰던 때를 생각하면 언제 이렇게 다 커버렸나 싶다. 이제 다 했다. 이미 내 손을 떠났다.
딸은 다 자라서 내가 힘들 때마다 기대는 친구가 되었다. 친구는 함께 살지 않아도 친구다.
딸은 친구가 되었으니, 나는 혼자 살기 싫으면 가족을 이루어야겠다. 함께 지낼 가족, 밥 친구가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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