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딸이 임용고시를 세종시나 경기도로 칠 예정이라고 한다. 경남에 남아서 한창 젊은 시절을 갑갑하게 보내고 싶지는 않단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다. 나도 20대엔 그런 생각을 했으니까.
사람을 만나려면 사람 많은 곳에서 살아야 하는 건 맞다. 어떻거나 생각한 대로 이뤄지면 나도 함께 이 동네를 떠나게 될 것이고, 인생이 어떤 방향으로 변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내년엔 세종시나 경기도에 살 집을 구하러 다니느라 바쁠지도 모른다.
나도 이렇게 사는 것에 그다지 미련이 없다. 무슨 큰 일이라도 생기면 가장 먼저 달려갈 누군가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문지기처럼 고향에 살았다. 앞으로 그런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이제 나도 움직이는 것에 더 망설일 이유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언제든 고향을 떠날 수 있게 구석구석 아쉬운 것 남지 않게 한 번 더 보고 싶은 곳 둘러보며 올해를 마무리해야겠다. 내년에 한 해 더 남게 되더라도 우리가 이곳을 뜨게 될 것은 자명하다. 이런 삶에 지친다. 말이 통하는 사람과 대화도 하고 함께 어울리며 살아야 사람 같이 살아질 것 같다는 욕망이 채워지지 않는 너무 외딴섬 같은 삶에 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