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 있어서 잠시 나가서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지만 집에 들어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게 된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만남은 산청에 계시는 남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음식점에 강 선생님과 함께 가서 따뜻한 한 끼 식사를 하고 지리산 대원사 계곡에 다녀왔던 날이다.
혼자라도 꼭 낮에 가서 계곡 둘레길을 걷고 싶다. 그나마 가슴이 뛰는 장소는 그렇게 물소리 들리는 계곡 따라 걸을 수 있는 길, 이어지는 나무 그늘, 그 사이로 보이는 하늘과 구름, 가볍게 스치는 바람......
아직 이대로는 무리다.
*
유튜브로 쑈따리 여행기를 본다. 나도 같이 다닐 사람만 있으면 1년 정도 떠돌아다녀도 끄떡 없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가고 싶은 곳에 가서 한동안 돌아다니다가 집이 그리워져서 돌아올 수 있는 때가 있을지.....
절실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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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때가 있다.
그때가 아니었으면 안 될 거였다.
그럼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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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오후에 아마도 강 선생님과 산사에 들를 것 같고
토요일엔...... 풍화리 친구와 만나야 하고,
일요일엔 딸내미 짐 싸서 기숙사로 이사하고
다음주엔 화요일쯤 이번 사태(?)에 조언을 많이 해주신
김 선생님 뵈러 가게 될 것 같고,
목요일엔 삼천포에서 알게 된 김 선생님 만나고......
하는 일 없이 살아도 약속이 꽤 많다.
엊그제 오랜만에 오케스트라 공연 보러 갔다가 기침이 갑자가 나서
곤혹스러웠지만, 이번엔 용케 잘 참았다.
통영 시민 할인 받은 사람은 신분증 검사까지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돌아서면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잊으면 안 되는 것 몇 가지 약속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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