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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3>

준비

by 자 작 나 무 2023. 5. 25.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내일로 4주간의 교생 실습이 끝나는 딸은 주말에 짐 싸서 곧장 기숙사로 갈 것이고, 방학이 되어도 집엔 돌아오지 않을 예정이다. 몇 해 동안 우리가 가장 오래 함께 지낸 게 이번 교생 실습 기간이다.

 

오늘은 마지막 날 전날이어서 무슨 간담회, 회식 등등의 모임이 있어서 딸이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해지고 난 뒤부터 계속 불안하다. 곧 혼자 남게 되면 또 어떻게 적응하나. 물론 금세 적응하게 되겠지만, 병가로 출근도 안 하고 혼자 있으면서 이런 기간을 겪는 것은 생각만 해도 싫다.

 

아침에 학교 가는 길에 뜬금 없이 실버타운이 뭐냐고 물었다. 왜 묻는지 묻지 않고 뭔지만 설명했다. 나를 실버타운에 보낼 생각인가? 벌써? 아직 멀었는데..... 내가 부담스러운 홀로 사는 부모가 되는 건 싫은데 함께할 그 누구도 만나지 못한 지금으로선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혼자 늙어갈 삶을 어떻게 채워야할지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현실에서 도망치듯 멀리 떠나는 여행을 한 번 다녀오면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생각할 여유가 생길까..... 그런 여행도 혼자 떠나는 건 싫다.

 

다른 지역은 이른 더위로 고생스럽다는데 이 동네는 서늘하다. 아직 시원한 5월. 해마다 5월이면 여름 같았는데 통영은 시원하고 덜 춥고...... 지중해성 기후 같은 이곳의 날씨는 정말 만나기 힘든 좋은 조건이다. 외로워서 혼자 여기서 이렇게 늙어가고 싶진 않다. 언제 들어올지 궁금하지만 여태 조용히 기다렸는데 이제 전화 함 해볼까? 언제 올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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