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
딸은 집콕
연휴에 날씨가 흐리고 비가 내릴 예정이라고 하니 비 쏟아지기 전에 잠시 동네 산책.
미래사 편백숲길
수목 공원에서 새로 핀 봄꽃 구경
수국처럼 생겼지만 수국이 아닌 이 꽃나무 이름을 외우고 싶어서 한 장 찍어놓고 휴대폰에 꽃이름을 적어놨다. 설구화
날이 흐리고 사진을 대충 찍어서 이렇게 나왔지만, 존재감 확실한 꽃 '만병초' 이 꽃 역시 이름을 모르고는 스쳐갈 수 없는 강렬한 존재감에 결국 이름을 적어서 외우기로 했다.
수목공원에서 산책하다가 카메라 들고 열심히 사진 찍는 관광객과 몇 번 마주쳤다. 수목공원 앞에서 한참 걸어 나가야 나오는 시내버스 정류장 앞엔 박경리 기념관이 있다. 거긴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려도 잘 오지 않는 곳이어서 전에 버스 타고 들어갔다가 나오는 길에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그 기억에 처음 보는 젊은 남녀를 차에 태우고 우리 동네에 와서 내려줬다. 동네 맛집도 소개해주고 밥 같이 먹자는 제의는 불편해서 집에 돌아왔다. 머리를 감지 않고 나가서 구질구질한 상태로 선남선녀와 가까이 앉아서 밥 먹으려니 불편할 것 같았다.
집에 들어가서 머리 감고 다시 나와서 전혁림 미술관 앞에 얼쩡거리다가 그 근처에 있는 봄날의 책방에 들어갔다.
문을 연 시간대를 맞춰서 평일에 갈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마침 낮에 내 차에 태워준 관광객 중에 대구에서 왔다는 30대 초반의 여자가 여기에 가보고 싶다고 위치를 물었던 것이 떠올라서 괜히 거기 가서 알짱거렸다.
나는 정말 외로운 거구나..... 얼마나 대화가 그립고 사람이 그리웠으면 '야 타'도 하고 태워준 사람이 어디 가는지 알아서 한 번 더 어슬렁거리러 가느냐고.
실은 그 사람이 중앙시장에 가서 멸치를 사서 어머니 선물로 사 가고 싶다는 말을 해서 내가 시간이 있으니 동행해서 거기도 태워주고 싶었다. 오지랖이 넘친다.
두 사람은 각각 다른 도시에서 통영으로 여행을 왔고, 동행이 아닌데 그 버스 정류장에서 마주쳤다.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식물 사진을 찍던 관광객은 빈티지풍의 카페를 찾는 모양이고, 여자 관광객은 이 책방에 간다고 했다. 두 사람이 우연히 내 권유로 내 차에 타서 동행한 바람에 점심을 함께 먹었다고 한다.
남자분은 밥값을 지불하고, 여자분은 밥을 얻어 먹은 게 신경 쓰여서 동네 빵집에서 빵을 사줬다고 했다. 그렇게 서로 주거니 받거니 했다고 한다. 서점에서 다시 마주친 그 여자분이 내게 뒷 이야기를 들려줬다.
나는 인상 좋은 두 사람과 담백하게 적당한 거리에서 편하게 이야기했다. 처음 보는 사람과도 그렇게 뭔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서로에게 얻고자 하는 바가 없으니 가능한 거다. 이해관계가 얽히면 복잡하고 피곤하다. 하지만 너무 가볍게 스치기만 하는 이들과의 관계는 그냥 잠시 창너머 불어온 한 줌 바람 이상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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