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밝은 사람, 탁하고 어두운 사람으로 사람을 나누어서 인식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오늘 만난 B.K샘은 맑고 밝은 사람이다. 그냥 맑기만 한 사람도 있고 밝기만 한 사람도 있는데 그분은 맑고 밝아서 만나면 행복해진다.
그분이 옮겨간 학교를 잘못 알고 오늘 퇴근한 뒤에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를 잘못 찾아갔다. 중간 지점쯤 되는 다른 곳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다시 정했다. 내 착오가 어이없을 정도로 황당한 상황이었는데 내 실수 덕분에 원래 만나기로 했던 곳보다 훨씬 좋은 곳에서 기분 좋은 저녁 시간을 보냈다.
진주 강주연못에 아직 연잎이 피기 전이어서 연못은 이제 막 자라는 연잎에 빗물이 고여서 어스름한 시각에도 보석처럼 찰랑거리며 반짝였다. 우산을 들고 연못가에 서서 B.K샘을 기다리면서 연못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기억의 극대화에 사진과 영상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한동안 정리하지 않은 사진을 정리하면서 새삼 느꼈다. 할 수 있으면 기록하자.
오늘 접지 혹은 Earthing이라고도 불린다는 맨발 걷기 이야기를 한참 했다. 근처 음식점에서 저녁을 맛있게 먹고 둘이서 맨발로 40분가량 걸었다. 좋은 사람은 언제 만나도 기분 좋다. 옮긴 직장은 급식도 맛있고, 시스템이 잘 돌아가서 생활에 더 여유가 있다는 행복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B.K샘의 부친께서 접지에 몰입해서 접지 전도사처럼 지역에서 그 문화를 퍼뜨리는 위원장이 되셨다는 이야기며,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B.K샘의 남편이 위원장 명함을 주문해서 보내드려서 사랑받는 사위로 등극하셨다는 이야기..... 직장과 다니는 대학원에서 느끼는 소소한 재미, 필라테스 개인지도를 받으며 몸이 더 건강해진 이야기..... 정말 좋은 소식만 잔뜩 전해주셨다.
인연은 소중한 거라고..... 내 밥친구였던 S.K샘까지 셋이 여름방학에 시간 맞춰서 한 번 보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작년에 그곳에 이렇게 빛나고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사람을 만날 인연이 있어서 가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빗길에 밤길 운전도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차 없이 고생하던 나를 종종 태워주고, 자동차 전시장 플랭카드를 길에서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주고, 퐁당퐁당 출근하던 그곳에서 맘 둘 곳 없어서 밖으로 떠돌던 나에게 늘 따뜻하고 맛있는 커피를 내려주던..... 천사 같은 존재다. 나도 다음엔 좋은 소식만 많이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감사하다.
내 존재 의미를 되새기고 나를 더 아끼고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한 생일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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