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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3>

생각이 띄엄띄엄

by 자 작 나 무 2023. 5. 28.

그 온라인 카페에서 좋은 사람을 많이 알게 되었다. 사회 생활 하면서 새롭게 사람을 만나고 자연스럽게 친해질 기회를 만들기 어렵다. 90년대 PC 통신 시절엔 종교, 문학, 여행, 문화, 역사 등등 다양한 관심사와 취미와 관련한 온라인 동호회 게시판을 이용해서 내 생각을 표현하고, 남의 생각을 읽고 공감하고 모임에 참석하여 함께 어울리곤 했다.

 

인터넷 시대가 된 뒤엔 그 시절처럼 밖으로 다니면서 취미 활동을 하거나 사람을 만나는 것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었다. 온라인 게시판을 읽고 쓰는 것이 내가 세상과 간접적으로라도 닿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어언 30년을 그런 형태로 사람과 이어지고 만나왔다.

 

그렇게 줄기차게 하던 것을 뚝 끊어버리고 살아보니 사람과 말 섞을 일이 줄어들고, 타인의 말에 반응하는 방법이 더 어눌해졌다. 어떤 생각의 실마리를 잡으면 앉은자리에서 밥 한 그릇 뚝딱 먹어치우듯 흘러나오는 대로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쓰던 게 당연한 일이었는데, 이젠 컴퓨터 앞에 앉아도 몇 마디 쓰다가 생각이 끊어진다.

 

완성형의 문장이나 완결된 글이 안 되더라도 생각날 때 생각나는 부분이라도 그냥 써놓을 참이다.

 

인생의 중요한 전환기다. 신체적 변화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완전히 휩쓸리거나 하지는 않아도 조절이 완벽할 수는 없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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