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잠시 함께 지내던 딸이 기숙사로 돌아간 뒤에 부쩍 외롭고 심심한 것을 못 견딜 지경에 이르렀다. 말 섞을 사람이 없다는 게 내게 치명적인 상황에서 적응하는 동안 어떻게든 변화가 필요했다. 대화할 상대를 찾기 위해 나름 노력했고, 며칠은 주제도 목적도 없이 아무 말 대잔치를 벌였다.
엊그제 동네 황톳길에서 맨발 걷기 하다가 만난 아주머니와도 대화하고, 온라인으로 알게 된 지인 집에 옛날에 초대받았을 때는 멀다고 가지 않았는데 어제는 딸과 헤어진 뒤에 집에 돌아가서 혼자 있는 게 싫어서 사뭇 먼 지인 집에 놀러 가기도 했다.
집에 돌아오니 너무 힘들어서 오늘 종일 문밖에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날씨도 좋고, 나가고 싶은데 몸이 힘들어서 꼼짝을 못 하겠다. 하루 놀고 백수 과로사하게 생겼다. 체력이 달려서 도무지 이렇게는 놀 수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에너지가 충전되는 평지 숲길이나 걸으러 다녀야겠다.
성게 미역국 먹으러 제주도 가고 싶다......
이런 헛소리도 쓸 수 있는 몽롱한 정신 상태로 창 너머 보이는 하늘이나 보면서 다시 잠을 청해야겠다. 아..... 힘들어서 못 놀겠다.
*
그래도 밖에 나가서 좀 걸으려고 옷 챙겨 입고 딸이 공부하던 방에 잠시 들어갔더니 예전에 재수할 때 사달라고 해서 마련해 준 독서실 책상이 눈에 들어온다. 교생 실습 기간 동안 그 자리에 앉아서 공부하던 딸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아, 정말 혼자 있는 게 너무 싫다.
오늘은 누굴 붙잡고 이 쓸쓸한 기분을 달래나......
관광객 놀이나 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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