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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3>

밥, 숲, 길

by 자 작 나 무 2023. 6. 6.

요즘은 주변에 친구들이 한 번씩 돌아가며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며칠 전에 대상포진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한 친구를 만나서 오늘 점심을 함께 먹었다.

 

세자트라 숲에 갔더니 입구 쪽엔 어린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들이 많았다. 조금 움직여서 나무 그늘 아래에 앉고 싶었는데 데크가 너무 엉망이어서 돗자리 없이는 앉을 수가 없었다.

나도 양산을 준비해서 쓰고 나왔지만 한낮의 볕은 뜨거웠다. 깔고 누울 자리를 준비해서 수일 내에 저 나무 그늘 아래에서 한숨 자고 싶다. 

하는 일도 없이 지쳐서 밖에 오래 있기도 힘들었다. 친구네에 가서 거실에 누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돌아왔다. 주변에 아픈 분들 이야기며, 그러다 급작스레 돌아가신 분 이야기까지. 우리가 이제 중년으로 한 번쯤 고비를 맞을 때가 된 모양이다.

 

 

집에 돌아와서는 몸이 너무 무겁고, 가슴도 답답해서 잠들지도 못하고 피곤한데 그대로 누워있자니 밤이 너무 길 것 같았다. 한참 어스름해진 시각에 동네 공원에 갔더니 오늘따라 황톳길에서 맨발 걷기 하는 분이 많았다.

 

딸이 기숙사로 돌아간 뒤에 어쩐지 더 의기소침해져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몸도 여기저기 이유도 없이 아프고 저려서 뭘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이 또한 마음의 병이다. 섬진강변 모랫길도 걷고 싶고, 거제 와현 해수욕장 촉촉한 모래도 밟고 싶은데 기운이 빠져서 거기까지 갈 수가 없다.

 

며칠째 하루도 빠짐없이 밖에 나가서 걷고는 있지만 이 정도로 몸이 지쳐보기는 처음이다. 어떻게 하면 빨리 회복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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