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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3>

그림

by 자 작 나 무 2023. 6. 7.

그려보지 않은 미래가 현실로 펼쳐졌을 때 힘들었다. 이제 미래를 조금 그려봐야겠다. 서른 살 이후의 미래를 그려보지 않고 살았던 내게 서른 살 이후의 삶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였다. 앞으로 얼마나 살게 될지 알 수 없지만 한 번도 그려보지 않고 닥치는 대로 주어지는 대로 살아내는 현실보다는 조금은 여유롭게 살아낼 수 있게 그림을 그려본다.

 

정갈한 마당에 꽃나무를 심고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끼고 싶다. 어릴 때 살던 집 마냥 개와 고양이가 마당을 차지하고 놀지는 않아도 비 오는 날 마당에 비 떨어지는 것을 보며 따뜻한 차 한 잔 마시고 싶다.

 

그네 하나 준비해서 딸이 낳은 후손이 오면 같이 놀아주고...... 이 이상은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는다. 이것도 겨우 그려낸 그림이다. 

 

서른 살 이후의 인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 이제 어떤 일이 닥쳐도 견뎌내겠지만, 늘 겪어낼 때는 쉽지 않다. 생각할수록 마음이 더 쓸쓸해진다. 다시 우물 안에 갇힌 것 같다. 

 

*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 시간이 지속될 땐 이대로 모든 게 끝났으면 싶다.

 

*

드라마를 보면서.....

타인의 기쁨은 내 것이 아닌 것 같은데,

타인의 고통은 왜 이렇게 사실처럼

내 것처럼 느껴질까.....

 

가짜라고 얼른 머리를 차게 식혀도

금세 체험한 간접 고통이

악몽을 꾸다가 깼을 때처럼

서늘하고 선명하다.

나도 언젠가 어느 전생엔가

저런 고통을 맛본 적 있지 않을까 

타인의 고통이 눈으로 보기만 해도

살갗 깊숙이 파고든다.

 

 

 

*

계절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체온을 가진 무릎에 내 뜨거운 머리를 눕히고 싶다.

편하게 잠들고 싶다.

진정제 같은 편안한 손길로

내 등을 토닥토닥해주는 꿈이라도 꾸고 싶다.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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