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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3>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

by 자 작 나 무 2023. 6. 7.

사람마다 처지가 다르고, 비슷한 처지라 하여도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환경적인 영향을 받아들이는 게 같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타인을 이해하려면 타인의 처지에 내가 그인 듯 들어가서 생각하고 헤아려보아야 겨우 겉선이라도 그려낼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그가 될 수 없으므로 이해한다는 표현을 그대로 쓰는 게 쉽지 않다.

 

그저 그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상대가 바라는 방향대로 감정을 수긍해주는 정도가 이해한다는 표현으로 쓸 수 있는 정도겠지. 그러니 나 또한 누군가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원망할 필요가 없다. 누구든 나를 내가 느끼는 그대로, 혹은 내가 바라는 대로 나를 이해해 줄 수는 없을 테다.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 입장이면 어떨까 생각해 보니 내가 가장 답답하게 생각하게 되는 부분은 관계에 대한 부담감이었다. 여태 내 삶에서 가장 벗어나고 싶었던 것도 벗어나기 힘든 관계에 대한 부담이 아니었나 싶다. 인연을 가볍게 정리하고 얽히지 않는 삶의 궤도에 안착하는 것.

 

출가승도 아닌데 현재 내 삶에서 관계는 지극히 단촐하다. 세상에 딸과 나 단둘뿐이다. 의지대로 삶이 이루어진다는 게 실감 난다. 결혼은 하고 싶지 않고 애나 하나 키우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20대의 나는 얽힌 삶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그래도 혼자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은 의미 없고 외로울 것 같아서 가장 오래 곁에 둘 수 있는 벗이 자식이 아닌가 생각해서 그런 열망을 품었던 모양이다. 이제 누군가의 자식으로 얽혔던 고리도 벗겨내고, 누군가의 부모로서의 삶의 고리에서도 자유로워졌다.

 

나, 그 자체로 어떤 삶을 살아야할까...... 관계지향적 삶에 길들여져서 혼자 번잡하게 뭔가 하는 게 그리 힘나는 일은 아니다.

 

 

*

전에 병원에서 받은 근육이완제를 먹었다. 좀 편하게 지나가는 방법이 있는데 대체로 나는 그런 방법을 찾지 않고 무식하게 정면돌파하는 방법에 익숙해진 사람이다. 이제 더 요령을 찾고 편하게 살 방법을 찾아야겠다. 그렇게 힘들게 느껴지던 몸이 조금 가벼워지니까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생긴다.

 

이제 운동한답시고 내 몸을 혹사시키는 짓은 당분간 하지 말아야겠다. 내 역량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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