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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3>

꿀조합

by 자 작 나 무 2023. 6. 9.

아침 일찍 깨서 7시 5분부터 시작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두 시간 보고 다시 잠들었다. 오늘은 미식회 코너에서 갑오징어를 5~6시간 말려서 반건조 상태로 살짝 구운 것을 소금, 후추 곁들여서 찍어먹거나 과카몰리에 곁들여 먹는 영상을 봤다.

 

이상하게 그 맛이 어떨지 머릿속에서 너무나 선명하게 그려져서 입안에서 그 맛이 그대로 그려지는 거다. 맛있겠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러다 식욕이 넘쳐서 어제 구워 먹고 남겨둔 가래떡 두 개를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조청에 찍어먹고 잤다.

 

이 정도 먹었으면 배가 안 고파야 정상인데 자다가 깨니 또 배고프다. 냉장고에 넣어둔 시원한 참외를 두 개 깎아서 사과처럼 그대로 우적우적 베어먹고도 모자라서 결국 아보카도 명란비빔밥을 만들었다.

 

딸이 너무 좋아해서 매일 먹겠다는 그 비빔밥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아보카도를 사러 코스트코까지 다녀왔다. 동네 마트에서 산 아보카도가 익으면 속이 상해있거나 상태가 안 좋아서 이 마트, 저 마트를 전전하며 여러 번 시도해 봤지만 다 익고 난 뒤에 상태가 가장 좋은 것은 코스트코 매장에서 산 아보카도였다.

 

그렇게 딸 비위를 맞춰주려고 먼길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서 재료를 준비해 뒀지만, 두 번째 사 온 아보카도가 채 익기 전에 딸의 실습 기간이 끝나서 가버렸다. 남은 재료는 내가 다 먹어야 해서 차례로 익은 아보카도를 처리하는 중이다.

 

별생각 없이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만들기 시작하지만, 달걀 반숙을 넣고 백명란을 가위로 종종 썰어서 넣어서 슥슥 비빈 명란 비빔밤에 잘 익은 아보카도가 버터처럼 부드럽게 섞이면서 입안에서 느껴지는 맛은 정말 꿀조합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양파를 먹기 좋게 얇게 썰어서 곁들이면 굳이 매번 새싹 채소를 준비하지 않아도 깔끔하게 먹을 수 있다. 구운 김을 잘라서 곁들이면 고소한 맛까지 더해지고, 명란을 비비기 전에 참기름을 한 바퀴 둘러주는 것은 필수!

 

커피 한 잔 새로 내려서 마시면서 입안에 감도는 맛이 또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다행이다.

 

딸이 가기 전에 짜장라면에 파김치를 먹고 싶다고 해서 준비했다가 딸이 그냥 가버려서 어제는 짜장라면에 파김치를 먹었는데 라면을 도대체 무슨 맛으로 먹었나 싶을 만큼 입안에서 겉돌았다. 정말 인스턴트 음식은 가끔 어쩌다 한 번씩 외엔 내 입엔 이맛도 저 맛도 아니다.

 

그에 비하면 아보카도와 명란에 달걀 반숙을 곁들인 현미밥은 대왕꿀조합이다. 달걀이 한 개 밖에 남지 않았으니 조만간에 마트에 또 다녀오긴 해야겠다. 고구마도 다 떨어졌고. 없으면 없는 대로 안 먹고 말겠다 싶지만, 이 몸을 50년은 더 써야할 것 같으니 잘 먹고 잘 모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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