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 나가지 않으니 세수만 하고 누웠다 앉기를 반복하던 내 꼬락서니를 보니까 좀 불쌍해 보여서 머리를 감았다. 내일은 한 번쯤밖에 나갔다 올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머리를 감았다. 내일 나가면 고구마와 달걀을 더 사 오면 된다고 생각하고 고구마를 씻어서 달걀과 같이 찜냄비에 안쳐놓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시리야 10분 타이머" 이 말하는 것을 깜박 잊었다. 그리곤 옛 기억이 순간 살아나서 일기 쓰다 보니 주방에서 삑삑거리는 소리가 난다. 이렇게 구수하게 탄내가 진동하는데 내 정신은 어디에 팔려있었던 건지 냄비가 완전히 까맣게 그을렸다. 달걀은 반숙 상태에서 건지려고 했는데......
빈말로 시리야를 중얼거려도 시리가 알아서 반응해서 타이머를 시작해 주는데...... 엊그제 한 번 태운 냄비 철수세미로 박박 문질러 닦아서 겨우 살려놨는데 이번엔 너무 많이 탔다.
글 쓸 때 생각이 깊어져서 주변 환경이나 상황을 완전히 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집중해서 하는 일이구나. 이렇게 일기 쓰는 것도...... 탄내 작렬. 하지만 찐 고구마는 더 구수한 군고구마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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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선생님의 문자가 너무 고마워서 어떻게 보답할까 싶다. 내가 뭘 해드릴 수 있을까...... 해마다 새로 알게 된 좋은 사람 한두 사람이 나를 살린다. 뭘 보내거나 사줄까 봐 신경 쓰여서 다 있다고 말했다. 이미 강 선생님께 받은 건강식품도 과분해서 못 먹고 대기 중인데 또 뭘 받으면 부담스러워서 먹지도 못한다.
내 손으로 사들인 것 외엔 이상하게 받은 것은 먹기가 부담스럽다. 받는 버릇 들지 않아서 그런지 넙죽넙죽 받을 수가 없다. 내가 주는 것 없이 그냥 뭔가 받는 것은 생각만 해도 부담스럽다. 주는 것도 받는 것도 하지 않는 게 편하다.
이렇게 쉴 수 있는 날이 하루하루 줄어드니까 조바심이 난다. 그때까진 괜찮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