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숲길을 걸으면 밤에 잠드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오랜만에 함양 상림 공원에 다녀왔다.
가는 길에 기도처럼 입에서 절로 나오던 말
“감사합니다.”
많은 사람을 떠올리며 감사한 마음이 절로 흘러넘쳐서 혼잣말로 반복해서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운전대를 잡고 내 머리 위에서 울리는 소리로 온몸이 악기처럼 어떤 기운과 공명하며 느끼는 환희심이 그런 단어로 흘러나왔다.
집에서 준비한 과일 도시락을 딸에게 주고 돌아서며 비보를 전했다. 어쩌면 한 번쯤 각오한 일이어서 그런지 충격파가 크지는 않았다. 그 사이 내 속을 서서히 무너지게 한 실금이 생기기 시작한 지점이 어쩌면 그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입밖으로 꺼내지 않다가 이제야 꺼냈다. 종양 같은 것을 그대로 안고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내려고 했던 거다. 오늘 터뜨렸다. 아니, 어제 어쩌다 그 일을 자백하게 됐다.
오늘, 작년부터 이어진 참사를 수습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귀인의 도움을 받았다. 일이 어떻게 되거나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