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평소에 사지 않던 소금 1kg짜리를 두 개 샀다. 당장 쓸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쩐지 불안하다.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앞으로 마트에 들를 때마다 소금이나 마른미역, 다시마 등을 사야 할까?
손질한 가자미를 두 마리 샀다. 미역 두어 줌 불려서 참기름과 국간장 넣고 달달 볶아서 가자미 미역국을 끓인다. 국간장을 조금 덜 넣고 나머지 간은 소금을 더하면 깔끔하다. 먹을 수 있을 때, 먹고 싶은 건 먹어야지.
며칠 전에 과로해서 생긴 병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한 친구와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오랜만에 황톳길을 걸었다. 남편 걱정하느라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집에 들어가 버렸다. 아픈 동안 바닥을 치던 체력이 금세 회복되었을 리 만무하고 내일도 출근해야 하는 친구는 퇴근한 뒤에 뭔가 하는 게 당연히 피곤할 테다.
나는 일주일이나 꼼짝 않고 누워만 있다가 겨우 바깥출입이 가능해졌는데 앞으로 시외로 출퇴근할 일이 걱정이다.
오늘은 지인으로부터 조언받은 대로 노트북을 옆방으로 귀양 보내고 전자 기기 없이 일찍 잠을 청해 보기로 했다. 휴대전화도 보내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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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나갔더니 수국 피는 연화도에 시민할인과 관광객 뱃삯 할인 문구가 길거리에 붙어 있었다. 아침에 일찍 김밥 싸서 섬에 갈까도 생각했는데 여름 섬은 정말 최악이다. 그늘이 없다.
마음은 그 섬을 한 바퀴 도는 상상을 해보지만 지금 내 체력으로는 감당 불가. 김치볶음밥 만들면서 미리 볶아둔 볶음 김치로 내일 김치 김밥을 둘둘 말아서 도시락 싸고, 나무가 많은 길을 찾아서 걸으러 가야겠다. 오늘 잠시 나가서 걷다 온 정도로 몸을 못 쓸 지경이 되면 병원으로 가야 할까, 쉬어야 할까, 그래도 참고 숲길을 걸으러 가야 할까.
일단, 자고 내일 아침에 깨면 생각해야지.
구수한 생선 미역국 냄새가 온 집안에 퍼지니까 어쩐지 기분 좋다. 볶아놓은 김치도 맛있고, 방금 끓여낸 국물도 시원하다. 시간 내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흔하지 않으니 내게 약이 될 조언은 잘 챙겨서 실천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알면서 핑계가 많아서 하지 않던 것 중에 한 가지씩 결심한 것은 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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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의 관심사가 내 머릿속에서는 정리가 되지만 말로 꺼내놓기엔 역부족이어서 머금고 있던 것이 누군가 잘 풀어놓은 글을 보면 눈이 커지고 감사한 마음이 절로 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가서 읽고 또 읽게 되는 글이 있다. 나에게 필요하지만 부족해서 이어가지 못하던 부분을 채워주는 진리가 담긴 글은 그 자체로 내게는 성서와 다를 바 없다.
오늘은 여러모로 감사한 것이 많은 날이다. 다 쓰지는 않지만 머금고, 그 기운으로 나를 더 잘 다스리고 다독거려서 잘 살아낼 준비를 해야겠다. 오늘은 이만....꼬로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