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출근 시간에 쫓겨서 최대한 간단하게 혹은 거르는 쪽으로 선택했다. 점심은 고등학생 기준의 고칼로리 급식, 저녁은 시장 봐서 만들어 먹기엔 지친 상태로 퇴근하니까 간단한 조리로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준비하거나 집 근처 식당에서 사 먹기도 한다. 혼자 먹겠다고 맛있는 것 만드는 게 여러모로 번거롭다.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김치찌개를 끓였다. 아침에 일찍 깨서 오전 시간이 이렇게 길었나 싶을 만큼 지치도록 뒤척거렸다. 진한 멸치 다시마 육수를 만들고, 친구네 시어머니께서 담그신 작년 김장 김치 얻어온 것이 쉬어서 찌개거리로 적당했다. 내 손으로 만든 음식을 먹고 나면 몸도 마음도 편해진다. 오늘 끓인 김치찌개엔 카레 만들 때 넣으려고 산 감자에 싹이 나기 시작해서 감자 몇 알 큼직하게 썰어서 넣었더니 어쩐지 더 맛있다.
내일을 위해 충전하고, 내일 해야 할 일은 닥치면 최선을 다하기로 하고 오늘은 쉬어야겠다. 자꾸 이사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많은 살림살이를 보고 빨리 버리고 비우고 정리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생겨서 이렇게 나를 글로 살살 달래 본다.
여태 혼자 잘 살았는데 이 많은 짐을 정리해서 이사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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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나무 가구를 버리고 가자니 아깝고, 들고 가려니 짐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자른 나무를 사서 못질하고 본드 칠하고 사포질 해서 만든 작은 가구는 오래되었지만, 말짱하다. 물감 섞어서 칠한 색이 조금 옅어진 것뿐이다. 이 많은 것을 어떻게 정리하는 게 좋을지....... 더 쉬면 좋은 생각이 날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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