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감정이 일거나, 어떤 일이 일어나면 기억이 희미해지거나 변하기 전에 기록하는 게 습관이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변한다. 그 습관 때문에 조금 전에 혹은 몇 시간 전에, 혹은 당장 일어난 일 중에 기억할만한 일을 머릿속에 머금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누군가와 통화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줄줄 그 일을 읊조린다.
생각을 일기에 옮겨 쓰기 전에 누군가와 대화하는 건 걸러지지 않은 내 머릿속과 일상이 그대로 쏟아져 나오는 일이기에 그런 상태에서 대화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일기도 시간 지나서 쓰면 그때 그 감정과 선이 달라진다. 꼭 그대로 기록하거나 기억할 필요는 없지만 이상하게 그렇게 그림 그리는 일기를 쓰면 내 머릿속이 대체로 잠잠해진다. 그 효과를 위해 그러는 것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어제 낯선 도시의 숙소에서 잠들기 전에 이 사이트 앱으로 일기를 썼다. 대략 던지듯 나오는 대로 써놓고 저장하고 잠들었다. 오늘 그 이야기를 다시 쓰려니 역시 그때 감정은 아니다. 그런데 너무 피곤할 때 쓴 글이어서 지금 읽으니 중구난방이다.
집에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어제 아침에 깬 뒤로 일어난 많은 일정이 온통 흥분과 긴장 상태로 온몸에 기록되어서 그걸 흘려버려야만 했다. 몸과 마음이 진정되어야 일상이 잔잔해진다. 빗속에서 너무 오래 긴장 상태로 운전해서 머리가 계속 아프다. 심장도 목구멍까지 올라와서 멈춘 것처럼 버겁다.
어제 우리가 금산 근처 휴게소에서 꽤 오래 검색해서 찾다가 찾다가 지친 뒤에 찾은 그 숙소는 기대 이상이었다. 중부 지방에 여행 가면 다음에도 그곳에서 묵기로 했다. 이 정도만 기록해도 그 사이에 있었던 자잘한 기억이 함께 떠오르기도 하니까 기록은 내 기억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