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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3>

어제.....

by 자 작 나 무 2023. 7. 19.

빗길에 장거리 운전은 역시 무리였다.

 

7월에 복직하고 매일 쏟아지는 일에 치어서 몸이 견디기 힘들 만큼 다시 피곤해졌을 때, 하루에 400킬로나 운전하고 피곤한 상태에서 제대로 회복하지 않고 또 일을 벌인 게 화근이었다.

 

내 선택이니 대가를 치러야지. 금요일, 토요일 이틀 동안 그렇게 무리했으면 어제는 참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는 어제였다. 오늘 몸 상태가 수상해서 병원에 가서 영양수액과 무슨 주사를 맞았다. 대상포진으로 의심되는 수포가 올라와서 쓰라리다.

 

일전에 피로가 누적되어 대상포진으로 입원했던 친구가 내게 예방주사를 맞으라고 권했다. 내 상태가 걱정되어서 퇴근길에 전화로 안부를 물었다. 어떤 일이 생겨도 주변에 알리지 않고 혼자 아프고 혼자 겪어내던 때에 비하면 나도 꽤 변했다. 혼자 다 해내려고 기를 쓰며 살았는데 꼭 그렇게 살 필요는 없지. 주변에 신세 지거나 걱정 끼치지 않으려고 한 것인데 그게 능사는 아니다.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돌아오면서 이 얄팍한 머리는 차를 끌고 혼자라도 전국일주에 해당할 수도 있는 경로로 그간 만나지 못한 친구를 만나러 갈까, 버스를 탈까, 비행기를 탈까..... 별별 궁리를 다했다. 가는 건 어떻게 해도 돌아올 길이 아득해서 결국 또 드러누울 지경이 될까봐 조용히 쉬는 쪽으로 생각을 돌렸다.

 

어제 안동까지 모셔다 드린다고 하지 않고 환승센터까지만 다녀온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 이상의 오지랖을 떨지 않은 게 나로선 중용의 도를 지킨 거였다.

 

 

*

청소를 말끔하게 해 놓고 사흘 정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쉴 수 있게 집 밖에 나가서 지낼까 생각도 했지만, 급 체력이 떨어지니 그저 공상 정도로 매듭지어야겠다. 혹시 내가 내일 잠시 괜찮아진 것 같은 착각에 무리한 짓을 벌일까 걱정되어서 못 나가게 내 욕망의 문에 못질한다. 탕탕탕!

(넌 아직 청소를 못했으니 못 가는 거야~)

 

놀러 나가기엔 넌 너무 피곤해! 참아! 

 

 

*

며칠 연이은 폭식에 갑자기 몸이 무거워졌다. 잠을 푹 자는 게 훨씬 나은데 자연스럽게 깊은 잠을 자본 게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2주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 그 일을 다 해내기에도 빠듯한 기간이다. 동료나 친구들이 대체로 이 기간에 며칠만이라도 해외로 나간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때가 아니다. 그래도 이럴 때 멀리 있어서 만나지 못한 친구도 만나야 하는 게 아닌가. 그래야 가슴팍에 이 텁텁한 공기가 바뀔 것 같은데 생각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다. 갑자기 커피 한 잔 마시고 카페인이 제공하는 충동에 감정적일 때 확 떠나버리는 것, 그건 결심이 아니라 사고에 해당할 거다. 내 여행은 거의 그냥 맘먹고 기분 대로 저지르는 경향성이 강하다.

 

이미 몇 개 코스가 머릿속을 들락거린다. 올여름에 내 인생이 끝날 것도 아닌데 왜 이러지? 누굴 만난들 편안하게 만날 상황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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