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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03~2009>/<2006>

헌화가

by 자 작 나 무 2006. 6. 22.

헌화가

당신에게 바칠 꽃이 다 떨어지면
여기와 일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밤새 절벽에 부딪히는 파도소리 듣다
아침이 오면 절벽 아래로 꽃처럼 피어날지도

당신에게 바칠 꽃이 다 떨어지면
깨끗이 저를 잊어주시길 바랍니다
내 마음 알 때쯤이면 당신도 정처 없이 이곳으로 흘러와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이홍섭 詩

지난 여행 때 충청도를 지나 잠시 어느 바닷가에서 잠시 쉬는 동안 한여름 가방 하나 싸서 덜렁 여행길에 나서던 20대 중반 어느 즈음에 처음 걸어보았던 추암의 바다가 떠올랐다. 가슴이 답답할 때 무작정 나서면 강릉으로 내달리곤 했다. 어느 날은 마음먹고, 양양이며 속초까지 다녀오기도 했지만 이제는 강릉 길도 옛말이다.


추암에서 하룻밤 묵고 이제는 너무 유명세를 타서 옛 분위기가 좀처럼 나지 않는 정동진 민박집에서 하룻밤 묵었을 때까지만도 좋았다. 남은 음식을 집어주다 진돗개에 물려서 피가 철철 나던 손가락 동여매고 울며 다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기 전까진.......


여행은 항상 현실의 많은 부분을 잊게 해 준다. 이제 그 길을 혼자 울먹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생뚱하고 묘한 표정으로 달려볼 기회가 또 있을까 싶다. 무작정 밤이고 낮이고 불쑥 나서서 다녀오기엔 차라리 먼 타국보다 먼 곳으로 느껴지는 그곳의 어느 벼랑 끝. 문득 그런 풍경들이 떠오르는 시 한 편.... 내 가슴은 요즘 삭막하고 메말라 불모지 같다. 무얼 해도 특별한 느낌이 없이 지나쳐버린다. 길을 걸으면서도 내 머릿속에 말라붙은 생각의 딱지들이 간질거린다.

 

오른손 검지, 그때는 거의 떨어져 나가서 다시 붙을 것 같지 않았던 그 살이 울퉁불퉁 흔적을 남기고 제자리를 찾았다. 모든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기 마련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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