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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3>

8월 30일

by 자 작 나 무 2023. 8. 31.

8월 30일, 고구마 순난지 9일

 

어제(8.30.)

 

쏟아지는 폭우에도 아랑곳없이 군민체전 학생부 경기 응원팀으로 동원된 아이들과 아침 일찍 우산으로도 잘 막아지지 않는 폭우 속에 지역 축구 경기장에 있었다. 비는 미친 듯이 쏟아지고 패인 흙 위로 물이 고여서 발 디딜 틈이 없다. 경기 관람석 플라스틱 의자에 있던 물을 말끔하게 닦아냈는데 모인 장소와 경기 관람 지정석이 달라서 옮긴 자리에도 비바람에 물이 흥건했다. 학생들을 그대로 앉으라고 할 수가 없어서 세차용 마른 수건 몇 개를 더 가지러 가다가 물이 빠지지 않는 경기장 주변에서 제대로 미끄러져서 무릎이 박살 날 뻔했다.

와플기 같은 철제 배수로 방향으로 철퍼덕 넘어져서 무릎에 피멍이 격자 모양으로 들고 탁구공 두어 개 넣은 듯이 부어올랐다. 이 지경에 비 오는 날 뜬금없는 출장에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온몸이 깨질듯한 통증에 엎어진 그대로 일어나지도 못했다. 폭우 쏟아지는 날 경기를 미루지도 않고 애들을 뛰게 하고 빗속에서 응원하라고 해야 했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폭우를 맞으며 경기하고, 비를 제대로 피할 수 없는 관중석에서 어찌할 바 모르는 아이들을 두고 차마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응급처치를 받고 병원에 갈 시간도 여력이 없이, 학년이 걸쳐진 업무 때문에 나만 복무지로 중간에 돌아가야 하는 이상한 출장이었다. 다리를 절며 통증을 견디며 두어 시간 수업하고 점심을 먹는데 이런 해괴한 일에 아무도 맞설 수 없는 이상한 현실이 모래 섞인 밥알을 씹는 심정이었다. 그걸 씹어 삼키라고 시키고 이를 갈며 어쩔 수 없이 상명하복으로 그 해괴한 것을 견뎌야 하는 기분이 꼭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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