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바닥과 한 몸이 되어 누우니 심장이 바닥을 뚫고 아래층으로 점점 흘러서 내려가는 기분이다. 내 몸을 뚫고 어디론가 멀어지는 듯한 묘한 느낌.
마침내 몸이 텅 빈 듯한 착각에 편안함과 공허함을 동시에 느낀다.
가을이구나......
주중엔 눈 뜨면 씻고 출근해서 힘들어도 커피 한 잔 마시고 카페인의 힘으로 나를 밀어붙이며 간신히 버텼는데, 주말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엔 가누기 힘든 고단함과 통증이 한꺼번에 몰려든다.
병원에 가야겠다 싶어서 일어나서 챙겼는데 뇌우에 폭우까지 쏟아지니 발이 묶이고 나설 기운도 다 빠진다. 이 상태로 운전하지 말고 누워서 쉬라고 딸이 거든다. 기어코 병원 간다는 핑계로 딸 얼굴 한 번 보러 거기까지 가고 싶었던 욕심을 접고 자리에 누웠더니 그간 억지로 견뎠다는 게 선명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견디며 살다 보면 이 삶은 어디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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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도 하는데 그 정도 못할까 싶었다. 겪어내는 과정은 생각한 것보다 힘들다.
오늘은 이미 이렇게 삶의 박동이 아래로 확 떨어진 김에 최대한 많이 놓아버릴 참이다. 회복탄성력이 조금 약해져서 잠시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습해서 창을 닫았더니 쿰쿰한 냄새가 난다. 청소도 해야 하고, 월요일 마감인 일도 해야 하는데...... 기껏해야 노트북 앞에 앉아서 잠시 손가락 까딱하는 이런 것 외엔 뭘 할 수 있을까 싶다.
조금 쉬었다가 해야할 일부터 하는 거지. 이런 기분은 정말 잠시 스쳐간다. 저녁 무렵엔 기억도 나지 않을 거다. 밖으로 나가자!
거짓말처럼 금세 잊힌다. 기분은 그런 거다. 그 순간 외엔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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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거짓말처럼 그런 기분은 잊혔고, 급반전하는 현실과 마주했다. 의지를 가지니 바람대로 이뤄진다. 내가 잘못한 것을 알아채고 바로 고치려고 노력했고 결실을 맺었다. 다시 그런 길로 들어서지 않을 좋은 경험이었다. 과정 없이 어떤 훌륭한 결과가 나올 거로 착각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