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에서 발췌한 글귀다.
볼펜으로 옮겨 쓰는데 신경을 흩어놓으면 글씨는 금세 제멋대로 날아간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호흡이 거칠어지면서 제멋대로 써지기 일쑤다. 붓펜으로 다시 옮겨 쓰려고 했는데 과식한 뒤라 소화시키기 힘들어서 몸이 나른하게 퍼지는 게 느껴진다. 저 글씨는 마음에 들지 않아서 결국 다시 다른 글씨체로 다른 펜으로 옮겨 써서 사진으로 남길 거다.
'오늘의 평행 우주'
도저히 건널 수 없게 되어버리는 심연.
호흡을 멈추고 집중해야 되는 글씨가 몇 줄만 쓰면 제멋대로 변해서 한 장 채운 것 외엔 오늘 더는 쓸 수가 없겠다. 과한 줄 알면서 시도하게 되는 게 간혹 있다. 음식을 먹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어떤 특정한 장소까지 달리는 것도 아무리 생각해도 단방에 넘치는 줄 알겠는데 하게 된다. 어떤 문제에 가닿을지 알 수 없다는 생각으로 해버리고 싶은 거다.
선택하지 않을 수 있고, 그 결정적인 순간에 몇 번이나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머뭇거렸으면서도 결국 하고 만다. 뻔한 결말이 아닐 수 있다고 한 번쯤 우겨보고 싶었던 거다. 그날 그 순간 알았다. 건널 수 없는 평행 우주, 가닿을 수 없는 평행 우주에 존재하므로 마주치면 우주의 질서가 순간 뒤엉키면서 카르마가 재생산되는 결말이 재생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말을 내뱉은 그 순간에도 알고 있었다. 괘도 이탈. 음정 탈락. 노선 삭제.
시간이 있기에 변화가 있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변화의 또 다른 이름이 상실임을 알게 된다는 리베카 솔닛의 글귀가 오늘 마음에 와닿는다. 사랑하는 자와 사랑받는 자가 각각 원하고 상상하고 이해하는 것들 사이의 심연, 점점 더 벌어져 어느 순간 도저히 건널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그 심연에 관한 슬픔은 아득한 깊이 때문에 아름답다고 한다.
상심의 지평은 변화를 위한 시작이며 상실은 채우기 위한 비움이다. 참된 울림과 아득한 깊이가 있는 슬픔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내일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며칠 이런 감정의 변화를 즐겼다. 바라본다. 감정이 오르고 내리고 흩어지고 사라지는 과정을 바라보며 평행 우주 저편에서 내가 나를 보고 있다.
* 오묘한 오춘기
그립다......
가짜 허기에 시달린다......
스스로 빛나는 별도 아니면서 태양의 빛 동냥으로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듯한 달처럼 나를 속이고 중력을 거스르는 이끌림인 듯 속삭인다. 평행 우주, 우리는 공존하지만 맞닿을 수 없는 미래와 현재에 서 있지. 잠들기 전에 약 먹고 나면 깨어있고 싶은 욕망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미치면 차라리 편하겠다.
사춘기 같은 갱년기는 언제 다 지나가나......
사람 목소리가 그리워서 미치겠다.
대화하고 싶다.
사람의 온기에 기대고 싶다.
당신의 인생이 지나치는 길목에 섰다가 나란히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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