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11일
옷 한 벌 팔겠다고 내가 입어본 옷 사진을 그 가게 직원이 찍어주셨다. 얼굴은 나오지 않게 찍어달랬더니 거울 속에 누군가 쑥스럽게 웃는 모습이 찍혔다. 같이 간 공주과 동료는 나와는 옷 고르는 취향이 달라서 뭐 하나 고르지 못하고 따라 다니기만 했다.
“이 옷 어때?”
딸에게 사진을 보내고 물어본다. 길이도 적당하고 예쁜 옷인데 유난히 배 부위가 꽉 조이는 느낌이다. 입어보고 마음에 들면 산다고 말했는데 마음에 드는데도 어쩐지 내게 편한 옷은 아닌 것 같아서 선뜻 사지 못했다.
어울리는 것 같아도 내 뱃살이 쏙 빠지지 않으면 편하게 입을 수 없는 옷이다. 늘 긴장하고 대해야 하는 상대도 인연이 아니듯, 항상 긴장한 상태로 배에 힘주고 살 수는 없으니 내 옷이 아니다. 거의 100킬로나 달려야 돌아올 수 있는 그곳까지 가서 사고 싶었던 옷이나 가방은 고르지 못하고 엉뚱한 물건을 덥석 사서 나왔다. 뭔가 변화가 필요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