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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3>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by 자 작 나 무 2023. 10. 9.

줄리아 로버츠와 하비에르 바르뎀이 연기한 이 영화를 오래전에 두어 번 본 적이 있다. 혼자 잠 못 드는 밤에 건성건성 보기도 했고 어떤 장면을 한 번 더 보려고 보기도 했다. 예전엔 줄리아 로버츠가 연기한 배역에 맞춰서 영화를 봤고, 이번엔 하비에르 바르뎀이 연기한 배역에 더 집중해서 봤다.

 

40대에 본 것과 나이 50이 넘어서 같은 영화를 보는 기분은 묘하게 달랐다.

"아트라베시아모(Let's cross over)"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여주인공이 손을 내밀며 건넨 대사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였다. 삶의 과정은 또 다른 시작을 위한 경로이고 다시 그들은 어느 시작점에 가닿고 과정을 거치며 인생의 깊이를 더해가는 것이겠다.

 

나에게 필요한 말도

"아트라베시아모"

 

*

브래들리 쿠퍼와 제니퍼 로렌스가 함께 연기한 'Silver Linings Playbook'이란 영화도 꽤 오래전에 온라인 카페에서 지인이 추천한 글을 읽고 본 적이 있다. 온라인 카페 게시판에 가감 없이 감정적인 글을 쏟아놓고 댓글로 소통하며 적적한 삶의 그늘을 피하려고 애쓸 때였다. 그때 그 영화를 본 느낌과 어제 그 영화를 다시 봤을 때 느낌은 조금 달랐다.

 

두 영화는 새로운 시작과 희망으로 마무리한다. 

 

 

*

내 방황의 마무리는 대부분 여행이었다. 여행 친구가 지금은 없으니 혼자 떠나는 것에 계속 선을 긋게 된다. 먼 길은 금지. 돌아올 기운도 남기지 않고 지구 끝까지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열망을 완전히 놓아버릴 때까지 길 위에서 헤맨다.

 

20대엔 혼자서 먼길 돌아서 청량리에서 강원도 가는 기차도 곧잘 탔는데 이젠 혼자 먼 길 나서는 게 두렵다. 가다가 마음이 지치면 어쩌나 걱정된다. 

 

 

*

봄, 여름에 입고 다니던 원피스를 세탁하고 보니 몇 개는 그대로 세탁물 더미에 묻혀있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그대로 잊는다. 어느 순간 눈에 다시 띌 때까지 기억하지 못한다. 이렇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더 많을지 궁금하다.

 

잊고 있던 가을 니트를 어제 분명히 봤는데 오늘 잊었다. 글을 쓰면서 문득 떠올랐다. 내 머리는 이렇게 정돈하지 않으면 뒤죽박죽이 되고 만다. 그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글을 쓰고 생각하면서 기억 속에 있던 뭔가를 꺼내서 정리해야 하는 것. 홈드라이 세제 냄새를 다시 맡고 싶지 않으니 마저 정리해야 할 옷을 세탁하고 몇 시간쯤 밖으로 나가서 떠돌다 와야겠다.

 

드디어 밖에 나갈 수 있는 확실한 핑계가 생겼다! 제대로 쉬지 않아서 생긴 병이라 며칠 쉬려고 마음먹고 들썩이는 생각을 꾹꾹 눌러서 계속 나를 감금(?)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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