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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3>

희망이 필요하다

by 자 작 나 무 2023. 10. 14.

아무리 찾아도 그런 게 보이지 않을 땐 내가 만드는 거다.

병원 진료 없이 살 수 있는 몇 가지 약을 사러 오전에 나가야 하니까 그 핑계로 밖에 나가야 한다. 땅으로 꺼져 들어가는 몸이 밖에 나가는 게 싫다고 머리를 눕힌다.

그럴만했다. 내가 사는 세상은 내가 이대로 쏙 빠져도 그냥 돌아가니까 굳이 아등바등할 이유도 핑계도 없다. 그래도 아직 돌아보지 못한 아름다운 풍경을 한 번쯤 눈에 담고 떠나야 아쉬움이 덜 남을까.

 

이런 상태에서는 아쉬운 게 없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은 하지 않는 게 낫다고 한다. 나는 망설임 없이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은 말을 해버려서 문제가 종종 생긴다. 대화할 상대라고는 가끔 직장과 관계된 사람과 단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전부인 상태다.

 

이제 대화할 상대를 찾는 것도 지친다. 읽을만한 책이나 골라서 읽고 고개 끄덕여지는 부분에서 공감하며 거친 숨결 같은 이 퍽퍽한 구간을 견뎌야겠다. 씻고 어디든 나가지 않으면 오늘은 이불 밖으로 나가기 어렵겠다.

 

내 유일한 카드인 딸은 어제 유등 축제를 함께 보는 것으로 유효 마일리지를 다 썼다 .

 

*

내 또래에 비해 어떤 부분은 많이 부족하다. 혼자 살고, 혼자 생각하는 버릇 들어서 대화의 기술도 부족하다. 이 어눌한 상태로 도대체 누굴 만나서 어떻게 어우러져서 살아갈 수 있을까. 늦었어도 인간관계에 머리를 쓰는 기술을 터득하거나 감정을 더 누르고 표정 관리 잘하는 사람이 되거나.

 

*

희망은 내가 만드는 거다. 누가 내게 주는 선물이 아니다. 살아내야 하니까, 살아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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