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을 뿐이다.
지치고 지친 뒤에 내 머리가 거의 작동하지 않을 시간 대에 떠오른 생각은 진짜 내 마음인지 여전히 알 수가 없다. 생각으로 생각을 막아버리는 한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쑥 나오는 말은 진짜 내 마음일까?
누구든 만나서 이런저런 말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게 피곤하다. 잘 모르는 상대에게 나를 설명해야 하는 경우엔 한 번 정도는 그럴 수 있어도 매번 그러기엔 피곤해서 사람을 이어서 만나기 어렵다. 나를 자꾸만 설명하는 말을 한다는 건, 내게 공감하고 위로가 되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게 문제인 거다.
사람을 만나기를 바라는 사람은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표정도 버석하고, 생각도 푸석푸석하다. 지금 이 순간이야 너무나 피곤하니까 부정적인 생각이 앞선다. 두렵다. 연결되지 못하는 인연을 알아보지 못하고 애쓰고 마음 쓰며 서로를 피곤하게 하는 사람이 되면 어쩌나 하여 두렵다. 겨우 기억해 낸 지점에서 어쩌지를 못하고 맴돈다.
오늘 밤에 잠들면 지구가 멸망할 것도 아닌데 여전히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던 고속도로 위에서 오른발로 가속페달을 힘껏 밟고 있던 그 순간처럼 내 눈은 퀭하고, 머리는 얼음장 같고, 심장은 피를 다 뽑아낸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