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4
연가를 쓰고 유일하게 한 시간 정도 일찍 나와서 조금 떨어진 지역에 있는 병원 진료도 받을 수 있는 날. 집에 돌아가기 전에 딸 만나서 저녁을 먹었다. 가볍게 딸이 먹자고 하던 따뜻한 국물 파는 식당이 한 달에 두 번 쉬는 날에 딱 걸려서 나름 20년 남짓 간혹 찾아가는 음식점에 갔다. 반찬이 맛있어서 두 번 달라고 해서 먹은 게 많다.
2023-10-25
나보다 생물학적 나이는 몇 살씩 아래지만, 단연코 인생 선배인 두 분과 짧은 산책. 아이가 둘, 넷..... 그렇게 자녀를 낳아서 키우고 직장 생활하는 여자의 삶은 어떨까? 조력자인 남편이 있고, 지지해 주는 다른 가족이 많으니 더 힘이 나서 나처럼 퇴근할 때마다 어깨가 그대로 바닥에 눕는 기분은 아니겠지..... 두 분이 내가 혼자인 것에 부럽다거나 그 비슷한 표현을 가볍게도 한 적 없다.
최근에 서너 번 저 길을 걸으며 그분들 사이에서 딱따구리처럼 구는 나를 발견했다. 가슴과 가슴이 이어진 길은 아니어도 말이 나오는 상대가 있고, 결코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은 이도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 자리를 지나며
'아, 이 조차도 아름답다.'라고 내 마음 속으로 말하는 순간 두 분 중에 한 분이 꼭 같은 말을 했다.
반갑기도 했지만, 나와 걸음의 무게가 다른 듯한 두 분의 뒷모습을 보면서 내 그림자는 더 쓸쓸해졌다. 순간을 나누는 것에 이렇게 무게를 두는 내가 머리를 기대고 싶어서 숨도 거칠게 쉬는 것 같았던 오후.
바람이 되어 나도 언젠가 이 길을 훑고 지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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