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보다 더 급격하게 체중이 증가하고 위험한 게 액상과당이라고 딸이 내게 위험 경고를 줬다. 탄산음료를 거의 마시지 않고 생활하니까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다. 일주일 내내 목 아파서 엄청난 양의 설탕에 절인 모과차에 청귤차를 물 마시듯 훌훌 몇 통씩 마셔댔더니 정말 보란듯이 단숨에 체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 뱃살 또한 언제 날씬한 적이 있었냐고 비웃듯이 늘었다.
목 아파도 모과차는 이만 끊어야겠다. 흑도라지청도 액상과당 덩어리. 얼마나 많은 설탕을 일주일 동안 몸에 들이부었는지 오늘에야 생각해냈다.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고 하루를 견디는 게 때론 힘에 부친다. 그간 내 뇌를 계속 속여서 움직이게 한 거였다. 알면서도 없는 힘도 써야할 지경으로 이 바닥 일은 쉼도 실수도 아픈 것도 용납하지 않는 이상한 동네여서 카페인의 힘으로 버티고 또 버티기라도 해야겠다고 착각했다.
시월도 한땀 한땀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수놓듯 겨우 오늘에 이르렀다. 10월 31일이 지나가기나 할까 싶을 만큼 여전히 심정은 복잡하다.
*
꽃피는 봄이 오면 이 동네 저 동네 좋은 공원 찾아다니며 반나절씩 자리 깔고 누워서 책도 읽고 낮잠도 자고 빈둥거리며 편안한 숨으로 봄바람을 들이키고 싶다. 봄이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여름 문턱 겨우 넘은 이름만 가을인 시월의 끝자락.
누군가 손가락 한 개로 내 몸 어디라도 살짝 닿으면 밀었다고 넘어져서 그대로 울거다. 그대로 일어나지 않을 핑계만 찾고 있는 것 같다. 이대로 어느 순간에라도 나만의 세상은 끝나도 된다고, 반복되는 이 프로그램에서 그만 나가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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