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3
아침 겸 점심으로 같이 보리밥 한 그릇 나물에 비벼먹으러 가자는 게 시작이었다. 지난 주말 낯선 동네에서 지치고 피곤한 상태로 신경이 곤두서 있을 때 따뜻한 국물이라도 사 먹으라고 친구가 내게 카톡을 보냈다. 삶의 한 언저리에서 지쳤을 때 응원과 위로를 받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그 쓸쓸하기 그지없던 순간에 얼마나 감사했는지 자리를 옮겨 다니고 운전하고 겨우 밥 먹고 딸 비위 맞춰주느라고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같이 밥 먹고 차 한 잔 마시려고 식물원 카페에 찾아갔다. 행정 구역은 우리 동네지만 지나쳐가기 좋은 길목에 있어서 한 번도 가까이 가보지 못한 곳이다.
화사한 색과 싱싱한 식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기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입장료 만 원을 내면 음료 한 잔을 선택할 수 있고, 따뜻한 동네에서 자라는 식물을 추운 때도 만날 수 있는 곳.
사진을 꼭 한 장 남기자고 해서 마지못해 앉았다. 밥만 먹고 들어가려고 머리도 안 감고 나왔구만..... 이래서 항상 씻고 다녀야 하나 보다. 2018년 가을에 정말 힘들 때 내게 친구가 되어줬고, 때때로 잊지 않고 나를 챙겨준 고마운 사람이다. 이 동네를 떠나게 되면 언제 어떻게 또 만나야 할지 마음 쓰이는 사람이다. 그간 얼마나 감사한 순간이 많았는지 헤아려 생각하자니 눈물부터 난다. 한결같이 순수하고 선하고 마음결이 고운 사람이다.
그간 내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들어줬던가..... 상담료를 한참 많이 내야 할 것 같으니 기회 닿는 대로 고향에 오면 연락해서 같이 밥이라도 먹어야겠다.
처음 보는 신기한 식물이다. 세계 각국의 식물원마다 다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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