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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3>

12.17

by 자 작 나 무 2023. 12. 17.

 

2023-12-17

 

아침에 달걀 6개를 깨서 다진 당근과 파를 넣고 달걀말이를 만들었다. 어젯밤에 잠들기 전에 생각한 대로 만들어서 어제저녁에 찐 양배추, 고구마를 곁들여서 아침으로 먹었다. 새로 주문한 원두를 갈아서 커피 한 잔 내려서 마시고 나니 부러울 게 없다. 밤에 잠들기 전에 문득 도시락 반찬으로 가장 자주 내 도시락통에 담겨 있었던 이런 달걀말이가 떠올라서 그걸 만들어서 먹고 싶었다.

 

며칠만 지나면 딸이 기숙사에 나가서 살던 짐을 다 꾸려서 집으로 돌아올 것이고, 다음 달 초에 방학하면 이곳 일은 다음 달 내로 정리될 것이다. 계획은 그러하다. 이달 안에 생기부를 다 쓸 수만 있다면. 오늘도 그 일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출근하지 않는 날에 그런 일에 매달려서 머리 아픈 게 싫다. 오늘은 혼자만의 시간, 혼자 빈둥거리며 널브러져서 쉬는 하루를 즐길 거다. 내일 일은 내일 해야지.

 

 

*

생각의 연결고리 하나를 풀었다. 문득 떠올랐다. 인과 관계를 이해하고 나니까 그 일과 연결된 일로 생긴 감정적인 부분은 다 먼지처럼 일시에 사라지는 듯하다.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그 일로 인해 진정 배운 게 있다면 나는 이렇게 달라져야 한다.'로 정리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생멸, 반복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걸 통증으로 느낄 수 있다.

 

 

* 희망사항

살아남기 위해 그간 딸의 존재가 필요했다면, 딸의 남은 삶을 자유롭게 해 주기 위해 내 삶을 더 여유롭게 편안하게 끌어가야 할 책임이 있다. 내가 혼자 쓸쓸하게 늙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면 딸의 마음이 마냥 편하지는 않을 테다. 그래서 내가 뒤늦게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연애하는 법. ㅋㅋㅋ

 

실전과 실패의 반복 없이 한 번에 성공할 수 있는 비법은 제대로 된 인연을 만나는 거다. 그게 한 번에 될 리 만무하겠지만. 이러저러한 사람을 만나서 겪어보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피곤하고 싫다. 겪어보기 전에 딱 보고 아니다 싶어서 겪지 않고 스쳐 간다면 그것도 역시 그 선에 스칠 수밖에 없는 인연이었겠지. 단번에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니라 겪어봐야 할 인연이 있다면 이제 겪어봐야겠다. 내년에.

 

올해는 내 모든 상황이 탈진, 포화 상태, 흡수 불능에 까칠 반사 기능 115%. 잘 모르는 사람에 대해 어떻게 처음부터 엄청나게 친절하고 내 본심을 드러낼 수 있어?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 사실, 이성을 오래 겪어본 적이 없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겠어. 이성 문제에 관해선 전혀 알 수 없어. 지금으로선 변화하는 나를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익숙해지는 것도 벅차거든.

 

그래도 혼자 사는 건 자신 없으니까 연애는 해야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 내가 어떻게?

 

메로골드 자몽 한 개를 해체해서 열심히 까먹었다. 배고픈 게 아니라 심심하다. 내 딸이 예전에 심심할 때 저도 모르게 '배고파'라고 말한 게 떠오른다. 어떤 기분인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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