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1
오전에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딸을 기다리다가 늦게 아점을 먹고 혼자 밖으로 나갔다. 해야 할 일은 최대한 내일로 미루고 오늘은 하루 놀고 싶었다.
함양 도하 빵집에서 함양 어느 동네에 낸 카페에서 빵을 판다고 하기에 빵 산다는 핑계로 함양까지 갔다. 통영에 다녀오고 싶었지만, 거기까지 가면 돌아올 기운이 남지 않을 것 같아서 차마 그곳까진 갈 수 없었다.
오후 2시쯤 도착했는데 이미 빵 진열대에 있던 빵은 다 팔리고, 쌀 바케트 세 개만 남아있었다. 아침에 가게 열 때 빵을 깔아놓으면 오후 1시 전에 다 나간다는 거다.
미리 주문해서 산속에 있는 빵집에 오후 6시 전후로 도착해서 픽업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주문해서 택배로 빵을 받는 건 어쩐지 내키지 않는다. 쌀가루를 적절히 배합해서 만든 비건 빵인데 소화도 잘 되고 담백한 게 내 입엔 잘 맞다.
2층에서 본 거리는 정말 카페가 있을 것 같지 않은 허름한 낡은 건물뿐.
딸이 이 집 빵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뭔지 모르게 목적 달성을 못한 것 같아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일어섰다.
다음 목적지는 거창 해플스 팜사이더리
사과를 넣어서 만든 디저트를 주문했다. 딸이 좋아하는 사과 도넛과 파이는 포장.
사과 농장이 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노닥거리며 하늘 한 번 보고, 사과밭 한 번 보고, 아이스크림 한 스푼씩 떠먹으며 혼자 2차 카페 투어를 마무리했다.
왕복 4시간 운전하고 조금 지쳤다. 마침 통영 친구가 안부 문자를 보냈다. 익숙한 바다를 오래 보지 못해서 가슴이 답답하다. 후딱 다녀온다고 마음먹고 나서서 갔다 올 수 있는 거리는 이 이상은 어렵겠다. 통영까지 가고 싶은 날은 더 일찍 나서서 친구와 약속도 잡아야 할 테고, 만나고 싶은 친구도 여럿이니 짧은 나들이로는 역시 어렵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