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0
고향을 떠나온 지 어언 여섯 달이 지났다. 바다가 그리운가 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고향 바다로 대변하는 그곳의 많은 것이 그리웠던 거다. 그중에서도 작년에 가장 자주 차 마시고 함께 산책하고 밥 먹었던 풍화리 친구와 늘 하던 것처럼 차 마시고 밥 먹고 산책하고 싶었다.
풍화리 초입에 있는 카페에서 차 마시면서 밀린 이야기를 나눴다. 오후에 그 동네 바다는 물이 빠져서 서해 바다 같았다.
자주 가던 돌솥밥 집에서 솥밥이 나오기 전에 먼저 나온 생선부터 발라 먹었다. 내륙에선 쉽게 맛보기 힘든 싱싱한 생선을 먹게 되니 그게 뭐라고 반갑고 젓가락질하는 데도 감정이 묻어난다. 밥만 먹고 바로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내가 먼 길 달려와서 밤에 운전하고 돌아가면 서글프다고 자고 가라고 붙든다. 가방에 잠옷 두 벌 챙겨서 나왔다는 거다.
통영은 관광지 물가로 숙소가 특히 비싼 편이어서 가까운 다른 도시에서 자기로 했다.
이제 막 연꽃이 피기 시작한 진주 강주연못에 가서 어둑해질 때까지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연못 둘레길을 걸었다. 이곳에서 함께 걷고 밥도 같이 먹었던 솩샘 생각이 문득 났다. 얼마 전에 단체 연수받는 시간에 전화를 걸어오셔서 통화를 하지 못했다. 삼천포에 오랜만에 갔다가 내 생각나서 목소리 들으려고 전화하셨다고 했다.
거리가 사뭇 멀어지니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내가 시간 내달라고 하기도 어렵고, 내가 시간 내서 이곳까지 달려오기도 어렵다. 먼 거리는 그간 쌓은 인연을 그렇게 흩어버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겠다.
나무가 얼마나 큰지 비교해 볼 수 있게 나무 옆에 좀 서보라고 친구에게 주문했다.
시원한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우리는 느지막이 숙소로 들어갔다.
나에게 계획형인지 즉흥형인지 물었다. 나는 J라고 했더니 그렇게 즉흥적으로 세 시간 반 거리를 운전하고 왔다가 그냥 갈 생각도 하는 사람이 어떻게 계획형인 J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즉흥적인 것 같지만 생길 수 있는 변수를 감안하고 차 안엔 갈아입을 옷가지며 화장품도 다 챙겨 왔으니 계획형에 더 가깝지 않으냐고 답했다. 완전히 계획한 대로만 하는 성향은 아니어도, 변수를 고려해서 어떤 방향으로든 뛰거나 걸을 수 있게 준비되어 있으니 계획형에 가깝다.
'흐르는 섬 <2020~2024> > <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해, 물회, 물건숲 (0) | 2024.07.21 |
---|---|
사천 서포, 다솔사 (0) | 2024.07.21 |
7.20 (0) | 2024.07.20 |
7.19 (0) | 2024.07.19 |
7.17 (0) | 2024.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