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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4>

엠.파.스

by 자 작 나 무 2024. 8. 7.

2024-08-07

 

90년대 중반부터 시작한 온라인 세상에서 나만의 방을 제대로 차리고 유지하기 시작한 기원은 단연코 엠파스 블로그다. 엠파스에서 블로그 하다가 '나우누리' 게시판이며 동호회에서 알게 된 분과 다시 연락이 닿기도 했다. 엠파스는 사라졌지만, 이 모든 것의 시작점이었기에 특별한 느낌으로 기억한다.

 

며칠 사이에 갑자기 게시물 열람이 늘어서 도대체 누가 이렇게 열심히 꼼꼼하게 뒤져서 글을 보는지 궁금했다. 엠파스 블로그 시절에 한 번쯤 나도 들어가서 글을 읽었을 테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엠파스 블로거께서 인사를 남기셨다. 그게 뭐라고 갑자기 시간 여행이라도 다녀온 기분이다.

 

*

그 시절부터 시작하여 아직도 찾아가서 매번 올리시는 글을 읽는 블로그가 두세 곳 있다. 글 쓰는 일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두 분과 달리 그냥 넋두리를 쓰거나 감정 처리할 장치 정도로 쓰다 보니 내 블로그는 딱히 즐겨 찾아서 읽을 만한 곳은 아니다. 내 삶을 눈 감고 손으로 부분 부분 더듬거려 보는 경험 정도는 제공한다고나 할까.

 

잘 모르는 누군가가  내 인생을 곁눈질로 훑고 간 기분이다.

 

블로그에 기록한 내 여정만 해도 어언 20년 분량이다. 다음에 일을 쉬게 되면 대충 던져서 잠가놓은 글도 한 번씩 꺼내서 읽어보고 먼지도 털어내야겠다.

 

옛 엠파스 블로그 구독자라고 댓글 남겨주신 분께서 그 시절 유명하셨던 블로그 '카키'님이 궁금하시다고 하셔서 네이버에 있는 카키님 블로그 주소를 알려드렸다. 잊고 지내다가 나도 백만 년 만에 네이버 블로그에 로그인해서 카키님 댁에 들렀다. 꽤 오랫동안 그 댁 방문하는 것을 잊고 지냈다. 내 삶엔 예전과 같지 않은 게 꽤 많아졌다.

 

그 시절에 살아내는 게 만만치 않았는데도 종종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있다. 아득하게 그 시절이 떠올라서 흑백 티브이에서 재방송 보듯 몇 가지 흔적을 보다가 덮었다. 통영에 오신 김에 나를 찾아와 주셨던 몇몇 엠파스 블로그 친구분들 생각도 했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시기를......

 

 

*

나는 꽤 오래 외롭고 심심했던 모양이다. 

어차피 혼잣말이었는데, 누가 읽었다고 달라질 것도 없는데..... 이 벽 너머에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을 사람 중에 누군가는 나를 더 이해하는 사람일 수도 있을까 하는 허튼 생각에 더 쓸쓸해진다.

 

우울함 속에서,

생각의 우물 속에서,

나를 꺼내줄 두레박을 기다리기보단 내가 내 목덜미를 끌어내서 바깥으로 꺼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그래도 가끔 하늘을 본다. 두레박 타고 우물 바깥으로 나가고 싶다.

 

슬리퍼 끌고 밖에 나가서 동네 친구라도 만나서 동네 한 바퀴 같이 하고 싶다. 그런데, 여긴 그럴 친구가 없는 낯선 행성이다. 혼자 충전할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좋은 사람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내야 충전이 되기도 하는 나는 양방향의 에너지 충전이 다 필요하다. 일하기 싫으니까 별 생각을 다한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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