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11
내가 학교 다닐 때 중학교 교과서에 한문이 있었고, 고등학교 교육 과정에도 한문이 있어서 한문을 배웠고, 제2 외국어로 입시 과목으로 선택할 수도 있었다. 당시 국민학교에 다닐 때, 동네 경로당에서 천자문을 가르쳐준다기에 틈틈이 가서 천자문을 배우기도 했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집 뒤에 있던 불교회관에서 불경에 나오는 한자어 공부를 할 기회가 있었다. 덕분에 한자어로 된 말을 들으면 무슨 뜻인지 대부분 알아듣는다. 대학, 대학원 다닐 때 전공과목 중에 중국 철학 부분은 주역을 배워서 한자를 꽤 아는 편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되도록이면 내가 쓰는 말과 글에 우리말 중에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가 있다면 굳이 어려운 한자어를 쓰지 않기로 마음먹고 그렇게 쓰다 보니 쓰지 않는 말과 글은 잊게 된다.
최근에 뉴스를 통해 들은 '내홍'이란 단어가 무슨 뜻인지 몰라서 찾아봤다.
* 내홍[內訌] : '한 나라나 집단 안에서 그 구성원들끼리 다투는 일'
쓰지 않던 이상한 말을 듣고 생경한 느낌이 들었으나, 이제는 일반화되어서 나도 가끔 쓰는 '멘붕'이라는 말처럼 내홍이란 말도 어색하고 이상하게 들렸다. 어쩐지 거부감이 먼저 피어오르는 단어다.
꼭 저런 말을 갖다 써야 하는지 의문이다. 다른 쉬운 말을 쓰면 큰일 나는 것도 아닌데.....
(명백한 우리 땅을 놓고 우리끼리 다툴 일인가?)
전쟁해서 남의 나라 땅을 뺏고 뺏기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현재도 전쟁으로 남의 나라 땅을 뺏고 뺏기는 시대다. 보이지 않는 전쟁으로 내 나라 땅도 남의 나라에 넘기는 꼴을 지켜봐야 하는 이 시대는 '돈'이 최상의 가치라고 여기는 이들이 진두 지휘하는 우매한 이상한 시절이다.
8월 15일이 광복절이라고 배웠고 그렇게 알고 여태 살았건만, 8월 15일이 광복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가 독립기념관장이라니 그동안 내가 배운 역사와 상식은 다 가짜란 말인가? 내 삶을 부정당하는 느낌이 이런 거겠지. 온통 가짜 시대다. 같잖다.
국가가 무너지면 우리의 평범한 삶은 원하지 않는 길로 강제 연행되는 거다. 우리가 피땀 흘려서 번 돈으로 세금 내서 유지하는 국가가 우리 삶을 보호하는 최종 울타리 역할을 못하고 사적 이익을 위해 쓰이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을 휘두르는데 다들 어딜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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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 폭정, 역행, 퇴행
반전 지점은 과연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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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나중엔 전혀 기억하지 못할 거다. 자아는 가변적이고 뇌의 시뮬레이션인데 불변의 자아를 찾겠다고 착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나도 가짜다. 뇌가 만들어낸 왜곡의 결과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