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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4>

일 (2)

by 자 작 나 무 2024. 8. 15.

2024-08-15

 

때론 일을 너무 하고 싶은데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때가 있었다. 요즘은 작년에 겪었던 일, 그전 해에 생겨서 아직 해결하지 못한 사기 소송건을 비롯하여 머리 복잡해지기 딱 좋은 일의 여파로 한 학기를 겨우 끌고 온 터라 그런지 쉴 수 있으면 쉬고 싶다. '쉴 수 있으면'이란 부분에서 잠시 멈춘다. '할 수 있으면 해야 한다.'는 요구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내 딸에게도 전화가 들어온 모양이다. 나에겐 하지 않은 솔깃한 제안까지 했다고 한다. 딸이 나에게 말하기를 한 학기만 하고 나올 수 있으니까 오히려 편한 거 아니냐고 일을 권한다. 자긴 그 일을 할 수 없고, 아는 사람에게 추천하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그리곤 내게 전화해서 내가 그 일을 하는 게 좋겠다는 쪽으로 계속 설득했다.

 

그쪽에서 나이 어리고 경력도 없는 내 딸에게 자꾸 그 일을 권한 것을 보면 일 많이 시킬 젊은 사람을 찾는 거다. 어쩔 수 없이 다시 통화하게 됐고, 내가 그 일을 할 의향이 있는 방향으로 수정했다. 그렇다고 그 일을 내가 맡는 건 아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맞물려서 미리 가서 과잉 충성할 만큼 여력은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전했으므로 그곳에선 더 마땅한 사람을 찾을 거다.

 

몇 달만 현실에서 발을 떼고 싶다. 딸은 내가 일하지 않으면, 감당하지 못할 현실을 마주하게 될까 봐 두려운 모양이다.

 

어디 남아있는 '운'이라는 게 있다면 이럴 때 좀 끌어다 쓰고 싶네. 출근하면 잘 해내는데 집에 있으면 몸도 마음도 무겁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익숙해지고 같이 일해야 하는 게 매번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람이 계속 바뀌고 일도 계속 바뀌는 게 장점도 있지만, 겨우 익숙해지면 손 놓고 나가야 하는 이 자리가 피곤하다.

 

쉬고 싶다고.....

 

 

*

내 앞에 주어진 밥벌이를 두고도 이렇게 고심하게 되는데, 잃어버린 조국을 찾기 위해 삶을 바친 분들의 노고를 떠올려본다. 그분들의 희생 위에 선물 받은 시절에, 사정이 있어서 나라를 팔아먹었을 것이고, 그들만의 사정이 있어서 민족을 배신했을 거라고 두둔하는 역겨운 말을 내뱉는 공직자가 버젓이 한 자리씩 하는 걸 본다. 이 더운 날 마음이 참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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